영화 '파괴된 사나이'(우민호 감독)가 주연배우들의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로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 '귀가 즐거운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파괴된 사나이'에는 매력적인 중저음 톤의 목소리를 지닌 남자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 김명민, 엄기준과 명품 조연 이병준이 그들이다.
이들의 차분하고 지적인 보이스는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은 물론, 스릴러라는 긴장감 넘치는 장르적 묘미 속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극중 주인공 타락한 목사 주영수를 연기한 김명민은 드라마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내사랑 내곁에'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 들며 많은 캐릭터로 열연한 배우다. 그는 맡는 배역마다 목소리 톤이 바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특유의 무거운 듯하면서도 힘이 실리는 목소리는 여전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파괴된 사나이'에서 김명민은 장중한 설교에서, 노래방에서의 열창, 심지어 욕설까지, 사뭇 분위기가 다른 다양한 목소리 연기를 모두 선보이며 천부적인 연기력을 타고난 목소리와 함께 십분 발휘한다.
엄기준은 극중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성우 하셔도 되겠어요"말을 두 번이나 듣는다. '뮤지컬의 황태자' 엄기준, 그의 부드럽고도 힘 있는 목소리는 그가 지금껏 한 다슈의 뮤지컬 공연에서 사랑받아 온 비결 중 하나였다.
그는 이번작품에서 연쇄 살인마 최병철 역을 맡아 색다른 연기변신을 꾀한다. 영화에서는 주로 전화 통화로 주영수와 소통하는 그의 목소리를 접하게 되는데, 그의 목소리는 일순간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뮤지컬,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연기자 이병준은 극중 유괴사건을 전담한 강력계 구형사로 분해 열연했다. 그 역시 영화 '구타유발자들'에서 성악가 역할을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다.
이병준이 연기한 구형사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으로 8년째 수사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민경(박주미)에게 일체 감정의 동요 없이 귀찮은 듯하면서도 차근차근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후한 중년의 매력을 뽐낸다.
이렇듯 '파괴된 사나이'는 한 작품에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받는 배우가 무려 세 명이나 한자리에 모여 혹시 캐스팅할 때 목소리로 하지 않았나, 란 의문이 들 정도다. 극한을 오가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 속에 등장인물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아이러니한 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한편 '파괴된 사나이'는 유괴 돼 죽은 줄 알았던 딸이 8년 후 살인마와 함께 나타나자 딸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의 필사의 사루를 그린 영화로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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