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맞대결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빅 매치가 성사됐다. '토틀사커' 네덜란드와 '삼바군단' 브라질이 오는 2일(한국시간)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8강 대회전을 벌이는 것.
그러나 축구팬들은 또 다른 이유에서 두 팀의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지난해 여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아르엔 로벤(26, 바이에른 뮌헨)과 입성한 카카(28,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버림받은 자와 선택받은 자가 치르는 운명의 승부다.

▲ 버림받은 자와 선택받은 자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으로 불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최고 선수들을 영입하기 때문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스(63)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제 2기 은하제국'을 건설하면서 카카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5, 레알 마드리드) 등을 영입했다. 그러나 들어오는 선수가 있으면 나가는 선수도 있는 법.
로벤도 라몬 칼데론(59) 전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어렵게 영입했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이지만 부상이 잦다는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 버림받은 자의 아름다운 복수극
이런 아픔이 로벤의 독기를 자극했던 것일까. 로벤은 뮌헨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속을 뒤집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정규리그 우승도 바르셀로나에 내주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로벤의 진정한 복수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다. 역시 그 방법은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토틀사커의 창시자인 요한 크루이프(63)도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이 목표다.
더군다나 로벤의 곁에는 같은 시기에 인터 밀란으로 떠났던 웨슬리 스네이더가 있다. 슬로바키아와 16강전에서 나란히 한 골을 터트렸던 로벤과 스네이더르(26, 인터 밀란)는 카카가 이끄는 브라질을 꺾고 4강 그 이상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 선택받은 자의 반격
물론 카카도 순순히 승리를 넘길 수는 없다. 올 시즌 내내 컨디션 저하로 명성에 걸맞지 않은 활약으로 비판을 받았던 그이기에 더욱 그렇다. 동료이자 경쟁자인 포르투갈의 호나우두와 맞대결이 무산됐던 카카에게도 네덜란드전 승리와 월드컵 우승은 절실하다.
과거 브라질 최고의 선수라고 불렸던 인물들은 대부분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펠레(70)와 카를로스 둥가(47) 그리고 호나우두(34, 코린티안스) 호나우디뉴(30, AC 밀란)까지 월드컵 우승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카카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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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FA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