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본좌' 김명민이 본격 스릴러 '파괴된 사나이'로 올 여름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포화 속으로'와 깜짝 흥행의 코믹 에로극 '방자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한국영화 선두을 달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김명민 주연의 '파괴된 사나이'는 1일 개봉 첫 날 7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권상우 탑 차승원 김승우 등 초호화 캐스팅의 '포화 속으로'는 5만명, 김주혁 조여정 유승범 주연의 '방자전'은 2만5천명 동원에 그쳤다.
전체 순위는 같은 날 막을 올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7만1천명 '슈렉 포에버'와 박빙을 다투는 2위. 지난 주 개봉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잇 앤 데이'는 근소한 차로 눌렀다.

'파괴된 사나이'는 지난 달 첫 시사 이후로 제 2의 '추격자' 탄생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한 작품이다. 유괴 영화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한 올 여름 첫 스릴러인데다 연기파 김명민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열연으로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한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는 인물이다. 캐릭터에 몰두하고 빠져드는 촬영 기간 동안에는 인간 김명민을 모든 행동과 기억에서 지우는 배우가 바로 그다. 전작인 멜로 '내사랑 내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은 뒤 목숨을 건 수십kg 감량을 단행한 것이나 독실한 크리스천임에도 '파괴된 사나이'에서 신을 버리는 목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스크린보다 먼저 톱에 오른 TV 쪽으로는 벌써 '베토벤 바이러스'의 카리스마 지휘자 강마에, '하얀거탑'의 출세지향적 천재 외과의 장준혁, 바다 한가운데서 왜적을 물리치는 '불멸의 이순신'으로 매회 관객의 혼을 빼앗은 바 있다.
지금 김명민의 관심과 열정은 스크린에 꽂혀 있다. '내사랑 내곁에'로 흥행 물꼬를 튼후 차기작으로 스릴러 '파괴된 사나이'를 골랐고 다음 작품도 김탁환 작가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조선 명탐정 정약용'이다.
'파괴된 사나이'는 기존의 유괴영화와 달리 잃어버린 딸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 목사 출신 아버지(김명민 분)가 신앙과 가정, 모든 것을 앗아간 그 놈(엄기준)과의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간단 명료한 줄거리지만 스릴러 수작답게 기기묘묘한 반전과 악 소리나는 공포, 그리고 감동의 눈물까지 영화 한 편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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