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연승과 연패는 천국과 지옥으로 갈린다. KIA는 12연패를 당하기 직전 4연승을 했다. 6주 연속 5할 턱걸이를 하더니 대전원정 3연전 포함 4연승을 하면서 드디어 선두권 공략을 하는 듯 했다. 조범현 감독도 "이제 선발진이 좋아졌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문학 SK와의 첫 경기에서 3-1로 앞선 9회말 역전패를 당한 뒤 급전직하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경기를 내줬다는 강렬한 패배감이 선수단을 지배했다. 그날 윤석민이 다잡은 승리를 놓치자 스스로 오른손까지 다치며 선발진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불행은 연속으로 몰려왔다. 문학 3연패를 당한 직후 김동재 수비코치가 뇌경색으로 병상에 쓰러졌다. 그리고 연패를 끊지 못하자 지난 해 조 감독을 도와 우승에 일조했던 운영팀장이 바뀌었다.

선수들은 줄부상에 시달렸다. 무릎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상현이 주루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원섭은 고질적인 간염증세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악화되어 있다.
최희섭은 수비도중 주자와 부딪혀 벤치로 들어갔고 주전포수 김상훈도 탈진증세를 보였고 김선빈도 무릎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 주전 가운데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안치홍 뿐이다.
불펜의 부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감독이 팽팽한 승부, 혹은 앞선 경기에서 내세우는 투수마다 모조리 난타를 당하거나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때문에 12연패 가운데 3번의 뼈아픈 역전패가 있었다. 선발진의 붕괴, 불펜진의 난조, 타선의 슬럼프 등 모든 상황들이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다.
조범현 감독은 가끔 지난 2003년 SK 초보감독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강병철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아 개막부터 선두권을 질주했다. 그러다 전반 막판부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4강도 위태롭게 됐다.
잘 나가던 조 감독에게는 첫 번째 시련이었다. 좋은 전력을 가지고도 거침없이 달려오다 당한 슬럼프였다. 조 감독은 "한때 승수가 패수보다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팀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졌다. 1승하면 5패, 1승하면 4패 그런식으로 힘겨웠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 그 첫 번째 위기를 어떻게 헤쳐왔는지를 곰곰히 생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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