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축' 히메네스와 리오스의 '향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02 10: 46

야구에 관련한 질문을 해오는 동료에게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과 경기에서의 호투. 마치 3년 전 다니엘 리오스를 떠오르게 했다. 두산 베어스의 도미니카 출신 우완 켈빈 히메네스(30)의 이야기다.
 
올 시즌 9승 3패 평균 자책점 3.95(2일 현재)를 기록하며 김선우-레스 왈론드-임태훈과 함께 두산 선발진의 축으로 자리매김한 히메네스. 지난해 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서 계투로 등판, 최고 156km에 이르는 직구와 싱커를 구사하며 윤석환 투수코치의 눈을 사로잡았던 히메네스는 자신에게 익숙한 더운 날씨가 찾아오며 힘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대전 한화전서는 8이닝 2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국내 무대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사실 시즌 초에는 다소 쌀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내게 익숙한 날씨로 변하고 있어 다행이다. 조금 더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주며 팀에 공헌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개막전 선발 다운 모습을 시즌 내내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히메네스의 각오였다.
 
특히 그가 3년 전 22승을 거두며 최우수 선수(MVP)-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던 리오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비록 2008시즌 일본 야쿠르트로 이적한 뒤 금지약물 검출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야구계를 떠난 리오스였지만 그는 경기 외적으로도 두산 팀 내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경문 감독 또한 리오스에 대한 이야기에 아련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는 선수였다. 활달하면서도 팀워크를 해치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안 좋은 일로 야구를 떠나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의 '나이스 가이'였다".
 
2007년 연말 시상식에서 리오스의 곁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임태훈. 계투에서 이제는 초보 선발로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돌고 있는 그는 히메네스에게 질문하며 경기 운영 및 변화구 구사에 대해 묻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마친 임태훈은 히메네스에게 다가서 슬라이더 구사법을 물어보았다. 오른손 중지의 살점이나 손톱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 요령을 묻기 위한 것.
 
히메네스는 이야기 대신 자신의 슬라이더 그립을 임태훈에게 보여줬다. 아픔을 피하기보다 적극적인 구사를 통해 움직임을 높이는 것이 좋겠다는 뜻. 추가로 체인지업 그립까지 쥐어 보인 히메네스를 유심히 지켜본 임태훈은 고마운 듯 히메네스에게 손수 '두피 마사지'까지 감행했다.
 
3년 전 임태훈은 리오스에게 야구와 관련한 많은 것을 질문하며 발전의 길을 걸었던 바 있다. 그리고 2010년 히메네스는 3년 전 리오스처럼 젊은 투수에게 자신이 아는 한 최대한 살갑게 답변을 내놓고자 노력했다. 타자가 홈런을 칠 경우 가장 뒷줄에 대기하고 있다가 '버디 무비'를 연상케 하는 격한 포옹으로 화답하는 동료 또한 바로 히메네스. 경기 내용 뿐만 아니라 동료로도 팀워크를 중시하고 있다.
 
좋은 기량의 투수는 물량공세로도 영입할 수 있으나 팀워크에 해가 되지 않는 성품까지 지닌 외국인 선수는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 웃음을 띄우며 동료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가르침을 전달한 '두발도' 히메네스의 모습은 앞으로의 활약상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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