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태,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된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7.03 08: 22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에 '영건' 고원준, 문성현 콤비에 이어 또 다른 경쟁력있는 선발 카드가 나왔다. 그러나 영건은 아니다. 올 해로 프로 데뷔 11년차 우완 투수 김성태(28)가 '제 2의 야구 인생'을 써내려 가고 있다.
김성태의 야구 인생에도 '부상과 재활'이 가장 큰 고난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깨 부상과 군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해 가능성을 조금씩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김성태는 지난 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5회 자신의 실책과 야수 실책까지 겹치며 4⅓이닝 동안 3피안타 1사사구 3실점했다. 자책점은 한 점만 내준 대신 사사구 없이 삼진은 2개를 잡아냈다.
이날 김성태는 주무기인 직구가 최고 147km에 달했다. 여기에 슬라이더, 커브, 그리고 컷 패스트볼까지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LG 타자들을 상대로 호투했다. 다음날 경기장에서 만난 LG 정성훈은 김성태에게 "성태야. 어제 공 정말 좋았다. 치기 힘들었다"고 칭찬했다.

1일 잠실 LG전에 앞서 3루측 덕아웃에서 만난 김성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하는 것 같아 조금은 어색하다"고 말했지만 차분하게 가슴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천 연기와 선발 등판은 나의 운명
다행히 전날 등판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김성태가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비와 인연이 있다. 김성태는 2007년 5월 9일 데뷔 첫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이날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됐다. 임시 선발이었기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6월 9일 부산 롯데전에 나가 선발 데뷔승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6월 18일 목동 두산전에 3년 만에 첫 선발 등판 했지만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됐다. 하지만 24일 광주 KIA전에 5이닝 3실점하며 1111일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김성태도 "비와 나의 선발 등판은 무언가 있는 듯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상과 재활의 긴 터널을 마쳤다
김성태는 "안 아프고 공을 던진 적이 거의 없었다. 부상 때문에 내 공을 제대로 못 던졌다. 아프다고 말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상의 발단은  2005년 3월 제주에서 열린 시범 경기 때 눈이 오는 날 공을 던지다 어깨를 다쳤다. 그는 "경미하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조금 풀리니까 좋아 지는 듯 싶었다. 그런데 SK와 개막전 때 던지고 나서 팔이 안 움직였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서는 그에게 MRI결과 공을 못 던진다고 했다. 그런데 김성태는 수술과 재활을 잘 해서 8개월 만인 2006년 후반기에 복귀했다. 야구를 꼭 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통증은 계속 남아 있었다.
▲ 2008년 연봉을 모아 떠난 사이판 캠프…슬라이더를 배우다
어깨 통증에 김성태는 2007시즌을 마치고 군입대를 선택했다. 2009년 말 군에서 제대한 김성태는 2008년 연봉 전부를 들고 팀 동료 박준수와 함께 지난 겨울 사이판 '2인 훈련'을 떠났다. 박준수 역시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이들은 팀 동료이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충분히 몸을 만들어야 했기에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며 1년간 모아두었던 연봉을 과감하게 투자해 사이판으로 건너가 구슬땀을 흘렸다. 비록 2명이서 떠난 훈련이었지만 훈련은 알찼다. 몸도 만들었고 자신에게 부족했던 변화구도 배웠다.
김성태는 "준수형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다. 2006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38세이브나 올렸다. 나는 지난해까지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했다. 던지기는 했지만 슬라이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슬라이더였다.그러나 준수형은 슬라이더를 정말 잘 던진다. 현재 내가 던지는 슬라이더는 준수형이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자신 있었는데…야구란 이런 것
김성태는 30일 LG와 경기에서 5회 2루 악송구를 했다. 자신의 실수 하나 때문에 실점으로 이어지며 승리 기회를 놓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팀도 4연패 중이었기에 그는 "스스로에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런데 이숭용 선배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쌓았다며 진정시켜 주셨다"고 말했다.
김성태는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가 항상 강조한 부분에서 실수였기에 더 짜증이 났다. 그는 또 "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것이 수비다. 삼진 또는 내야 땅볼을 바랬는데 맘이 급한 나머지 공을 잡고 스텝을 한번 밟고 던졌어야 했는데 그냥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김시진 감독님과는 함께한 10년의 세월 
김성태는 "김시진 감독님과는 현대시절부터 함께한 지 10년됐다. 그래서 말씀을 안 하셔도 마음속으로 잘 챙겨 주신다는 것을 느낀다. 정명원 퓨처스 투수 코치님은 내게 1대 제자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등판하는 날은 꼭 보신다. 참고로 점명원 코치님 2대 제자는 배힘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민태 코치님도 내가 등판한 다음날이면 어깨 괜찮냐고 꼭 물어봐 주신다. 민태 코치님은 나랑 한달 차이로 어깨 수술을 받아서 같이 재활했던 인연이 있다. 준수형과 신영이형은 내 변화구 스승이다. 이지풍 트네이너 코치님도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김성태는 올 시즌 4경기 등판 1승 평균자책점 3.86이 전부다. LG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군 복무 2년과 어깨 부상 후 재활을 한 선수라고 보기에는 매우 훌륭한 투구 내용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는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잘 하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더 많이 분석한다"고 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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