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류현진 못내리는 심정 누가 알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7.04 08: 17

"까먹을 수는 없잖아".
완승에도 불구하고 한대화(50) 한화 감독의 얼굴색은 여전히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눈가는 영락없는 기쁨의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그 아래 입가는 쓴 잔을 들이킨 것처럼 굳어 있었다. 한마디로 씁쓸한 표정.
한 감독이 이끈 한화는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최고 투수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워 7-2로 완승을 거뒀다.

한 감독은 경기 후 "까먹을 수는 없잖아. 이기긴 했는데. 거참"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바빴다.
류현진이라는 무게감과 스코어만 놓고 보면 한 감독의 이런 대답은 헤아리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면 달라진다.
9회초까지 7-0이었다. 8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으로 무실점한 류현진이 실점없이 쾌투를 펼쳤다. 9회초에는 최진행이 투런아치를 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앞서 장성호는 4타점을 뽑아내 트레이드 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류현진은 117개의 공을 던졌고 완봉승 때문이라면 모를까 9회 등판은 다소 무리처럼 보였다. 아무리 철완이라 해도 투수교체는 당연해 보였다.
결국  류현진이 내려가고 마무리 양훈이 마운드에 오르자 상황이 급변했다. 양훈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2실점했다. 다시 바꾼 박정진은 더 이상 실점없이 막긴 했으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마터면 동점이 아니라 역전 분위기로 흐를 뻔 했을 정도로 류현진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확연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동료들을 믿었다"고 여유있게 웃었지만 한 감독은 '이러니 내가 류현진을 쉽게 내릴 수 없지 않느냐'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감독은 그동안 "우리 나라 대표 투수를 누군들 그렇게 오래 던지게 하고 싶겠나. 뒤를 믿을 수 없으니 류현진을 쉬게 할 수도 없다"고 수없이 말해왔다.
또 이날 4타점을 올린 장성호에 대해서 "아직 정상이 아니다. 어쩌다 실투를 때린 것이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날 시즌 22호포로 홈런 부문 2위 오른 최진행에 대해서도 "4번타자가 아니라 네 번째 타자가 돼버렸다"는 경기 전 말처럼 "어쩌다 때린 것"이라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결국 던졌다 하면 100개 투구수에 최소 7~8이닝은 거뜬하게 헤치우는 류현진의 '이닝이터' 면모에는 한 감독이 답답해 하는 팀 사정이 다 맞물려 있는 셈이다.
표정을 관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 감독은 관중들이 "한대화, 한대화"를 외치자 손을 들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을 쉽게 내릴 수 없는 한 감독의 타들어가는 심정이 조금이나마 팬들에게 전달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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