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이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 진출의 길목에서 만났다. 오는 8일(한국시간) 새벽 3시 30분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이 그 격전장이다.
2002 한일 월드컵부터 3회 연속 4강 진입에 성공한 독일과 60년 만에 4강 진출의 감격을 누린 스페인의 축구를 숫자로 살펴봤다.

▲ 나란히 조별리그 1패 기록
스페인과 독일은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구분된다. 이번 대회에서 양 팀이 기록한 득점이 이를 대변한다. 특히 독일은 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과 아르헨티나와 8강전에서 4-0 승리를 전했다. 스페인도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정교한 패스 축구는 호평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양 팀의 득점이 대부분 필드골이었다는 데 있다. 공격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맹렬한 공방전의 연속이었다는 뜻이다. 양 팀 합쳐 기록한 19골에서 페널티킥은 단 1개에 불과했고 세트 피스로 만들어낸 득점도 없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양 팀의 대결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팬들이 스페인과 독일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조별리그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독일은 각각 스위스와 세르비아에 0-1 패배를 기록했다. 만약 스페인이나 독일이 우승을 차지할 경우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기록한 첫 우승팀이 된다.
▲ 독일, 2년 만의 설욕전
두 팀의 이야기를 꺼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유로 2008 결승전이다. 당시 스페인은 페르난도 토레스(26, 리버풀)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독일을 꺾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독일에는 뼈아픈 패배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준결승전은 독일에 2년 만의 설욕전이다. 당시와 달리 토레스가 부진한 것도 독일로서는 반갑다. 유력한 득점왕 후보인 다비드 비야(29, 바르셀로나, 5골)만 잘 막아내면 된다는 뜻이다.
독일은 월드컵의 사나이 미로슬라프 클로제(32, 바이에른 뮌헨, 4골)가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브라질 호나우두 15골) 기록 경신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 독일, 3번의 월드컵 우승
독일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있다. 바로 토너먼트의 강자다. 독일은 80년 월드컵 역사에서 3번의 우승(1954년, 1974년, 1990년)과 4번의 준우승(1966년, 1982년, 1986년, 2002년)을 기록했다. 독일보다 우승을 많이 기록한 팀은 '삼바축구' 브라질(5회 우승)과 '아주리군단' 이탈리아(4회) 뿐이다.
스페인의 최고 성적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전부다. 이후 스페인은 본선 16강에 오르면 다행이었다. 독일이 2년 만의 설욕을 자신하는 가장 큰 이유다.
▲ 4번째 본선 맞대결
독일이 설욕을 믿는 또 다른 이유는 월드컵 본선에서 스페인에 패배한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페인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4번째.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이 첫 만남이었다. 당시 독일은 스페인을 2-1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반면 스페인은 독일전 패배로 아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6년 뒤 스페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독일의 승리는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16강에서 만난 스페인을 이번에도 2-1로 꺾었다. 개최국의 자존심이 한없이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스페인의 자존심을 살린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C조에 포함됐던 양 팀의 맞대결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양 팀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한국에는 불행이었다. 당시 한국은 스페인과 2-2로 비기고 독일에 2-3으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
스페인은 4번째 맞대결에서 첫 승리를 꿈꾸고 있다. 만약 스페인이 독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첫 경험이다. 물론 우승도 처음은 마찬가지다. 무적함대라는 명성에 걸맞은 기록의 탄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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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야-클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