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휴식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있으나 여러가지 카드가 나오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했다. 2000년대 말 최고의 라이벌전을 보여주고 있는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한여름에도 다시 한 번 단기전 같은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치렀다.
SK와 두산은 4일 문학 경기서 선발 조기 강판, 선발요원 계투 투입 등 여러가지 카드를 꺼내들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했다. 지난 3시즌 동안 2차례 한국 시리즈, 1차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던 팀들의 대결다운 모습. 결과는 5회 이호준의 결승타와 6회 정근우의 쐐기 2타점으로 달아난 SK의 4-2 승리.

경기 전 김성근 SK 감독은 "프로는 철저하게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당연히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싸워야 하지만 프로페셔널은 다르다. 프로 선수들은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승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라며 평소의 선수 운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날 SK는 3⅔이닝 4피안타 1실점한 선발 전병두에게 더 이상 자비심을 허용하지 않았다. 제구가 불안정하다는 판단 하에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효준 또한 5회 김동주-최준석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이성열과 손시헌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1-1 팽팽한 접전 상황.
그러나 SK가 선발 투수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시 대량실점이 아니더라도 곧바로 강판 지시를 내리는 것을 감안하면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주목할 만 했던 것은 두산의 투수 운용이었다.
5회말 선발 임태훈이 오른손 중지 손톱이 벗겨지는 증세에 보크까지 범하며 위기 상황에 놓이자 다급해진 김경문 감독은 선발 요원인 레스 왈론드를 투입했다. 지난 5월 16일 선발 김선우에 이어 켈빈 히메네스를 계투로 내보냈던 강수와도 같았다.
왈론드의 투입시점은 5회 1사 3루 조동화 타석. 4번 타순 박정권까지 모두 좌타자였기 때문에 여기서 버티고 승리 계투로 간다는 복안이었으나 3번 김재현 타석에서 오른손 거포 이호준이 투입되었다. 이호준은 왈론드의 초구를 그대로 띄워 중견수 이종욱이 뒤로 물러나 잡아낸 희생플라이를 때려냈다. 2-1 SK의 리드.
지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두산은 왈론드에게 3⅔이닝 63개 투구를 지시했다. 만약 왈론드가 1-1 상황을 그대로 이어갔더라면 투수 운용이 어떻게 펼쳐졌을까.
SK도 점수 차가 크지 않았던 만큼 최대한 승리 계투를 투입했다. 6회 정대현이 오른 뒤 두산이 대타로 좌타자 정수빈을 투입하자 정대현에게 임무를 맡긴 뒤 한 타석 만에 좌완 정우람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상대가 왼손 유재웅을 내세웠기 때문.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정우람이 최근 1주일 간 5경기 째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기고 싶다'라는 간절함 속에 양 팀은 포스트시즌에 버금가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승리의 여신은 SK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3년 간 시리즈 리버스처럼 이 날 경기도 두산의 선취득점 후 SK의 뒤집기로 이어졌다.
서로에 대한 '필승 의지'로 가득한 양 팀. 이들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 속에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남은 경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 될 수 밖에 없다.
farinelli@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