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새로운 장희빈 창조하기 쉽지 않더라"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07.05 14: 41

MBC 월화극 '동이'에서 새로운 장희빈 상을 연기하고 있는 이소연. 그전 작품 '천사의 유혹'에서 독한 연기를 보여준 탓인지, 시청자들도 본인도 새로운 장희빈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 이지적이고 차분한 장희빈을 만들어내며 현대판 CEO형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로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하지만 현장에서 톤 조절이 쉽지 않았다는 이소연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기에 많이 속상하기도 했다고.
장대비가 바지를 적시던 날.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장희빈에 빠져 있는 이소연을 만났다. 비오는날 상큼한 미소로 반겨주던 이소연은 당연하지만(익숙지 않은) 사극 의상이 아닌 화이트베스트에 쇼트진으로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용하의 죽음으로 온나라가 슬픔에 빠진 듯 했던 터라 안부부터 물었다. 이소연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뉴스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배우들이 겉으로는 센 척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약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참 외로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고 박용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했다.
하지만 자신은 친구들을 만나며, 또 일로 그 외로움을 달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아직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요. 사실 일을 하다보면 그런 외모움도 다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길게 쉰 적이 별로 없거든요. 또 쉴 때면 혼자 있기보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구요. 외향적인 편입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큰 위기가 찾아오더란다. 드라마 '천사의 유혹' 당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밝힌다. "'천사의 유혹'에 들어갈 당시가 배우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6개월정도 쉬다가 드라마에 들어갔는데, 영화도 한편 엎어지고, 정말 들어가고 싶었던 작품에도 못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내 연기력이 아직 못미치는구나 생각하면서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자 마음먹었죠."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까? 때때로 그녀는 자기 마음대로 연기가 풀리지 않을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동이'에서 장희빈을 연기하면서 초반에는 혼란도 많이 겪었어요. 제 안에도 기존 장희빈의 이미지가 확고히 잡혀있나 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악역이니까 더 지르고 더 독한 눈빛을 쏘아 줘야 될 것 같은데, 이병훈 감독님은 자꾸만 '더 차분히, 한톤 낮게'를 주문하시더라구요. 때때로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게 안나오면 속상해요. 그럴때 눈물이 나기도 하죠."
하지만 '천사의 유혹'에 이어 '동이'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대해 이소연은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사실 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너무 궁금하잖아요. 시청자들이 내 연기와 작품을 어떻게 보시는지. '천사의 유혹' 때도 '막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는 비난도 관심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때 같이 연기했던 배우들과도 팀웍이 좋아서 다들 열심히 했고, 그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동이' 역시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인기를 많이 실감해요.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열심히 하는 보람을 많이 느껴요."
인터뷰 하는 내내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숨기지 않았던 이소연은 고현정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포스와 연기력이 너무 부러웠다며 드라마 '봄날'에 같이 출연했을 당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신인때 드라마 '봄날'에서 같이 연기를 했어요. 연기도 너무 잘하시는데 후배들에 대한 배려도 잘해주세요. 당시 고현정 선배님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전혀 안그러시거든요. 한번은 고현정 선배님과 같이 촬영했는데 제가 10번 이상 NG를 냈거든요. 너무 죄송했는데 '천천히 하라'고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어요. 신인때는 선배님들의 작은 배려에도 크게 감동하잖아요. 그때 고현정 선배님이 너무 고마웠죠."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언제나 힘이 드는 일이다. 특히나 확고히 박혀있는 기존의 것들을 뽑아내고 새로 것을 심는 일은 어쩌면 잘해야 본전했다는 말을 듣기가 일쑤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연은 참 힘든 일을 선택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소연의 열정이라면, 본전이라는 말보다는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그녀를 통해 장희빈의 새로운 이미지가 창조되고,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전인화의 장희빈' 대신 '이소연의 장희빈'이 우리의 머리 속에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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