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로페즈가 짊어진 '부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05 16: 23

최고 외국인 투수에서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위기의 순간. 아킬리노 로페즈(34. KIA 타이거즈)의 시즌 16번째 등판인 오는 6일 잠실 두산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난 시즌 로페즈는 14승 5패 평균 자책점 3.12를 기록하는 동시에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수확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특히 시즌 후반서부터 움직임이 좋은 싱킹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빗겨가는 투구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90⅓이닝을 소화하며 8개 구단 최고의 이닝이터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15경기에 등판해 1승 7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5.68로 지난 4월 3일 롯데전 승리(7이닝 4피안타 2실점)가 올해 로페즈의 유일한 승리다. 제 풀에 쓰러진 경기도 있었으나 타선 불발, 불펜진 난조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기도.
 
이 과정에서 로페즈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돌출 행동을 저지르며 동료는 물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4월 23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내야수의 실수로 인해 2-2 동점을 허용한 뒤 강판당하는 과정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분을 못 이겼던 로페즈.
 
지난 6월 30일 광주 SK전서는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자 덕아웃 뒷켠에서 의자를 집어던져 벌금 500만원에 '의자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승승장구하며 일본 구단의 러브콜까지 받았던 로페즈였음을 떠올리면 1년 만에 처지가 뒤바뀌었다.
 
그러나 지난해 투구패턴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었음을 주시해야 한다. 로페즈는 지난 시즌에도 포심-싱킹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스플리터로 타자를 상대하던 투수였다. 주무기로 꺼내든 싱커가 상대 수에 읽히면 난타를 당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었으나 대다수는 로페즈의 호성적에만 주목했다.
 
로페즈의 성공 후 각 구단은 로페즈처럼 싱킹 패스트볼을 앞세운 땅볼 유도형 투수를 찾는 데 주력했다. 켈빈 히메네스(두산)와 라이언 사도스키(롯데)가 그와 같은 유형이며 이미 퇴출된 에드가 곤잘레스(전 LG), 무승 부진에 빠진 호세 카페얀(한화)도 '로페즈 성공기' 재현을 위해 데려온 싱커볼러였다.
 
그와 함께 각 타자들은 짧게 떨어지는 구질을 받아치는 데 집중했다.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패턴을 고수했던 로페즈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는 이유다. 선수 본인 또한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으나 수가 읽혀 공략당했다"라며 부진했던 경기를 돌아본 바 있다.
 
최근 14연패를 기록 중인 팀 상황. 두산과의 3연전에서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하면 자칫 국내 프로야구 21세기 최다 연패(2002년 롯데 16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넘어선다. 어려운 상대 두산과의 3연전 첫 판에 나서는 동시에 93일 만의 승리를 노리는 로페즈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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