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이어 장윤정도? 가요계 여왕들 연이은 '표절 논란'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7.06 08: 13

‘팝의 여왕’에 이어 이번엔 ‘트로트 여왕’이 표절의 늪에 빠졌다. 정규 4집 앨범 표절로 공식 활동을 접은 이효리와 신곡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장윤정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가요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표절은 멜로디 상에서 4마디 이상 겹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다른 문화예술 산물과 달리 청자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해야 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기준 자체가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가수에게 표절은 가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도용한 탓에 경제적인 손실 외에도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불법 음반 다운로드 하지 말아 달라. 다른 사람의 땀과 노력을 짓밟는 행위다”고 주장해온 가수들의 요구가 허상이 되는 꼴이다. 

  
지난 4월 발표된 이효리의 새 앨범 ‘H-로직’은 표절 사례 중 악질로 꼽힌다. 단순히 몇 마디만 베낀 게 아니라 ‘통카피’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앨범을 분석한 결과, 소리전문가 배명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원래 전곡 표절이라 하면 어떤 부분만 비슷하던가 하는데 이효리 경우는 남의 곡을 작사만 한 경우“라며 "소리 스펙트럼을 비교해 봐도 두곡이 유사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국곡과 우리나라 곡의 유사성은 흔치 않은 일"이라 말했다.
작곡가 임성무 프로듀서 역시 "보통 표절은 멜로디 상에서 4마디 겹치는 것을 말하는데 표절로 인정된 6곡은 4마디만 겹치지 않고 전곡이 다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놀라워하면서 "표절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원곡과 비슷해 통카피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맞다"고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효리는 지난 6월 20일 오전 자신의 공식 팬카페 ‘효리투게더’를 통해 표절을 시인했다. 그녀는 "4집 수록곡 중 바누스바큠으로부터 받은 곡들이 문제가 됐는데 회사를 통해 받게 된 곡들이라 의심하지 못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말들이 나오고 의심스러운 점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조사결과 그 곡들이 바누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팬들에게 사죄했다.
결국 이 문제로 이효리는 4집 공식 활동을 모두 접었다. ‘브링 잇 백(Bring It Back)’, ‘필 더 세임(Feel the Same)’,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아임 백(I'm Back)’, ‘메모리(Memory)’ 등 앨범 수록곡 14곡 중 표절시비에 휘말린 7곡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삭제된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표절 시비가 이효리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이효리는 2006년 발표한 ‘겟차(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썸씽(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 활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스스로 표절을 시인하며 정면돌파 했지만 이효리에 대한 팬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장윤정 또한 이번 새 앨범으로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타이틀곡 ‘올래’가 이정현의 ‘섬머 댄스’와 곡은 물론이고, 콘셉트까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핀 건 다름 아닌 ‘섬머 댄스’ 작곡가 윤일상 씨. 그는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 곡이 너무 비슷하다”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다. “장윤정의 곡과 ‘섬머 댄스’가 무척 비슷하다”는 한 네티즌의 지적에 “최근 컴백한 장윤정의 ‘올래’라는 곡과 (서머 댄스) 후렴구가 비슷하다. TV에서 뮤직비디오가 나오기에 우연히 봤는데 나도 듣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곡을 쓸 때 목표곡으로 한 것 같은데 멜로디를 교묘하게 비켜간 부분이 있더라”고 답했다.
물론 장윤정 표절 의혹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해당 곡 작곡가인 임강현 씨가 “성인가요는 멜로디를 먼저 작곡하고 편곡을 나중에 하기 때문에 윤일상과 작곡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표절은 있을 수 없다. 수개월에 걸쳐 작곡한 곡에 대해 이처럼 무성의하게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을 던지는 태도가 불쾌하다”며 강하게 부정하고 있고, 소속사 역시 법적 대응 불사 방침까지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게재한 당사자인 윤일상 씨 역시 “내 곡을 듣고 작곡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직접적으로 “표절이다”고 한 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요계에 만연한 표절에 대해 매니지먼트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들을 접하면 가장 먼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앨범이 나오기 전에 많이 고민하고 검증하지만 가수나 음반 제작사가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알 수 없기에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최선을 다해 조심해도 언제든 표절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표절 사건이 한번 터지면 업계의 모든 이들이 타격을 입는다. 특히 신인 작곡가들의 경우,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음반 제작사들이 이미 검증된 기성 작곡가에게만 곡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이효리 사건 탓에 신인 작곡가들이 앞으로 일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 경고했다.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효리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장윤정 표절 의혹까지 나와 많은 음악 팬들이 실망하고 있다. 한국 가요계 미래를 위해서라도 음반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표절 작곡가 퇴출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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