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여배우 혹은 연기자 지망생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좋은 작품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치열한 오디션을 뚫어야 할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신인들은 우회로를 활용한다. 이슈화 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짝 인기를 기대한다. 잘만 된다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뜨거운 형제들’(이하 뜨거운 형제들)이 화제다. ‘뜨거운 형제들’은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 박휘순, 노유민, 한상진, 슈프림팀 싸이먼디, 비스트 이기광 등이 출연하는 코너로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활용해 일반인 여성과 소개팅 하는 내용이다.

특히 ‘소개팅녀’로 출연한 여성들에게 시청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나오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이들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할 정도이고,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도 공개되는 등 반응이 거의 연예인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소개팅녀’의 선정 기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뜨거운 형제들’ 오윤환 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거나 얼짱 등으로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알려진 인물을 제작진이 직접 찾아 연락을 취한다. 출연이 확정되면 면접을 거쳐 최종 캐스팅을 확정한다. 기획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개팅녀’로 나온 대부분의 여성들을 일반인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 중 대다수는 여러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신인 배우이거나 혹은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연기자 지망생이다. 심지어 대중에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신인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탤런트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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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뜨거운 형제들’에 소개팅녀로 등장했던 길하라, 김단비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길하라는 서울예대 연기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배우 데뷔를 준비 중이다. 김단비는 2006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달 20일 출연한 정현주 역시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 ‘얼짱시대’ 제1기 얼짱 멤버였던 인물로 ‘준 연예인’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날 등장한 정모레의 경우는 신인 연기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민망한 사례다. 홍가연이라는 이름으로 롯데리아, KFC, 삼성전자 등 각종 CF와 드라마 등에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고 하니 경력 7~8년의 베테랑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해당 PD가 “정모레는 방송이 되고 나서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다.
지난 5월 23일 방송분에 출연했던 주보비 또한 인기리에 방영됐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주인공 이옥림(고아라)의 친구로 나왔던 아역 탤런트 출신이라 눈길을 끌었다.
신인 연기자나 연예인 지망생들이 미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알리는 것은 연예계에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관례와 같다. 김아중은 MBC ‘심심풀이-러브서바이벌 두근두근’에서 가수 비의 파트너로 등장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윤정희, 서지혜, 이윤지 등도 KBS 2TV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으로 유명해졌다. 애프터 스쿨 유이와 이주연 또한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와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러한 관례에 대해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시청자는 “결국 연예계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띄워주는 프로그램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소개팅녀와 제작진이 무슨 관계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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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