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아드님의 손을 잡고 진찰실에 나타났다. 갑자기 눈이 안보인다 했고, 3∼4년 전에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다고 했다.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인 아주머니는 평소에 가슴 속 화기가 많아 얼굴은 상기돼 있었으며 체질은 소양인이었다.
여러 상태를 종합해서 5일치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그 약이 다 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내원했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벌겋게 달아 있던 얼굴도 많이 진정되었고 침침하고 빡빡하던 눈동자의 거북함도 어느 정도 없어졌다고 했다.
눈, 코, 귀, 입과 같은 기관은 항상 시원하게 유지돼야 한다. 눈이나 코가 뜨뜻하게 여겨질 때는 이미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슬퍼하거나 화를 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몸 속의 양기와 열기는 위로 올라간다. 정도가 심할 때는 위쪽에 계속 머물러 결국 나쁘게 작용한다.

이럴 때는 외형적으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얼굴빛이 붉게 되고 눈이 충혈되고 빡빡하며 입술이 마른다. 입 안이 쓰게 느껴지고 콧속이 찢어져 피가 나고 화끈거리고 귀가 멍멍하게 된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거나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속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하고 기운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기의 몸 안에서 기운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고요한 곳에 앉아서 정신의 힘으로 육체의 부조화를 조절해야 한다. /이브닝신문=김달래 교수(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