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웠습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난 6일 SK텔레콤전에 차분한 목소리로 임했던 조정웅 감독의 말이 여운처럼 들리듯 화승의 희망 고문이 끝났다.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이었던 화승의 탈락이 확정됐다. 4위 SK텔레콤이 6일 화승과의 프로리그 5라운드 경기서 3-2로 승리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3시즌 연속 6강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동시에 실날 같던 희망을 이어오던 화승의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으로 시즌 전 최대 FA 대어 였던 이제동과 계약에 성공하면서 우승전력은 아니지만 중위권 이상의 성적으로 평가받았던 것과 비교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나름대로 수확을 거둔 한 해였고, 선전한 화승이었다.
그러나 화승의 탈락은 크게 아쉬운 대목. 현존 최강의 선수라 불리는 이제동이 속한 화승이 탈락했고 추락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종족별 의무 출전제와 구멍난 프로토스
이번 시즌 화승의 최대 문제점은 두 말할 것 없이 프로토스 진영의 붕괴였다. 리그 시작부터 리그 마무리까지 조정웅 감독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특히 전반기 1, 2라운드 때 유지됐던 종족별 의무 출전제는 화승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시즌 시작 전 조정웅 감독은 "저그, 프로토스 유망주를 꼭 키워내겠다. 화승이 이제동의 원 맨 팀이 아닌 걸 입증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조 감독의 바람은 실패로 끝났다. 프로토스 라인이 거둔 성적은 12개 프로게임단 중 최하위인 3승 25패. 종족별 의무 출전제로 진행됐던 1, 2라운드서 화승의 프로토스 라인은 팀 패배의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동 박준오가 74승을 합작한 저그라인과 비교하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일한 위안을 찾는다면 허리디스크로 전력에서 제외됐던 손찬웅이 복귀한 것은 차기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화승의 위안거리다.
▲ 저그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만큼은 아니었지만 저그 라인의 활약은 대단했다. 에이스 이제동은 지난 2008-2009시즌 거뒀던 54승에는 다소 못미쳤지만 50승을 거두면서 화승이 마지막까지 6강 싸움을 벌이게 했다.
'포스트 이제동'으로 불렸던 박준오도 22승(27패)을 올리면서 신인으로서는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그러나 저그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프로토스의 총체적 난국 뿐만 아니라 구성훈(35승 26패)이 홀로 분전한 테란 라인은 손주흥(7승 16패)의 무게감이 몰라보게 떨어지면서 42승 42패의 성적으로 8위에 그쳤다. 프로토스의 열세를 테란에서 메워주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가공할 저그라인과 비교하면 너무 힘이 부족했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 지독한 불운
불운으로 점철된 한 시즌이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한두 가지 안 좋은 일은 있을 수 있지만 화승은 유독 마가 끼었다고 할 수 있다. 주전 프로토스인 손찬웅의 부상공백과 차세대 프로토스 주자로 육성됐던 김태균이 연습 때와 달리 실전서 맥을 못춘 것은 작은 불운일 수 있다.
결정적인 불운은 바로 공군 에이스의 존재다. 시즌 최종전을 앞둔 상황서 화승의 성적은 26승 27패. 그 중 공군에 당한 패배가 무려 4패다. 2연승이든 3연승이든 연승을 이어갈 기회에서 어김없이 공군에 맥이 끊겼다. 다른 팀들도 공군에 무너지면 페이스를 잃는 상황서 공군에 당한 4번의 패배는 너무나 뼈 아팠다.
scrapper@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