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경기 등판으로 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선발-계투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우완 이재우(30. 두산 베어스)가 수술대에 오를 위기에 처했다.
김경문 감독은 7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어두운 표정으로 "팔꿈치 부상을 앓았던 이재우가 수술을 받게 될 것 같다. 올 시즌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라고 밝혔다. 이재우는 지난 4월 4일 문학 SK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시즌 첫 승을 올렸으나 다음 등판이던 10일 잠실 LG전에서 1이닝을 소화하다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며 물러났다.

공익근무 복무 2년을 제외한 지난 3년 간 이재우는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05시즌 76경기 7승 5패 1세이브 28홀드(1위) 평균 자책점 1.72의 호성적 후 훈련소로 입소했던 이재우는 2008시즌 65경기 11승 3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 자책점 1.55로 공백기를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도 이재우는 선발-계투를 오가며 5승 2패 12홀드 평균 자책점 3.88의 성적을 올렸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음에도 연봉 삭감 통보를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었던 이재우는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맹훈련 속에 선발로 자리를 꿰차겠다는 각오를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당분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위기.
구단 관계자는 "아직 수술 일정이 정확히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 내측 인대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해 재활 만이 아닌 수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소견을 보내 온 만큼 세부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 또한 "부진한 상황이 아니라 잘 해주다가 공백을 낳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이재우는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5분 대기조'로 자주 출장했던 투수다. 2009시즌 중반서부터 선발로도 출장했으나 그보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빠른 시간 내에 마운드로 올라서는 데 익숙했던 선수. 완투보다 오히려 파급 효과가 큰 연투가 잦았던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야구 팬들은 계투 요원의 혹사를 일정 대비 경기 출장과 연관짓게 마련. 그러나 불펜에서 몸을 풀며 던지는 데 대한 체력 소모도 결코 적지 않음을 감안해야 한다. 수도권 구단의 한 계투 요원은 계투로 뛰는 데 대한 애로사항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경기 출장 없이 불펜 투구에 나서는 것 또한 결코 허투루 봐서는 안된다. 전력투구로 페이스를 급작스럽게 끌어올렸다가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경기 양상이 다시 긴박해지면 또 몸을 풀어야 한다. 짧게 던지는 투수라고 결코 쉽게 일하는 것은 아니다".
마무리 투수가 아닌 롱릴리프, 셋업맨으로 그 기준을 한정하면 어려움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투구 소모가 적은 원포인트 좌완 릴리프를 제외하고 큰 부상 없이 계투로 4년 이상 꾸준한 활약을 펼친 투수가 조웅천(전 SK)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선수 본인의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우치게 하지만 그만큼 중간 계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게하는 한 단면이다.
선발 전환 이전 이재우는 임태훈과 함께 팀의 필승 계투로 자주 팬들 앞에 모습을 비추며 분투,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공헌한 투수다. "원하는 선발 보직에서 아프지 않고 열심히 뛰겠다"라는 그의 시즌 전 각오. 동료들은 현 상황과 이재우의 각오를 번갈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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