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아르바이트가 천직이 된 사나이'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07.08 09: 55

MBC 수목극 '로드넘버원'을 통해 또다시 '폭풍' 눈빛 연기를 보여주는 사나이.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된 소지섭은 하지만 그 시작은 아르바이트였다.
 
그에게 연기의 맛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알려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전까지 자신은 '생활형 연기자'로 남을 줄 알았다고 밝히는 소지섭. 그를 지난 6월 말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방송이 나가고 그 반응이 궁금했을 그가 먼저 말문을 꺼내며 어떻게 봤냐고 물어온다. 전개가 빠르다는 지적, 그래서 어쩌면 감정 몰입이 쉽지 않다는 말에 "그렇게도 볼수 있구나. 찍는 동안 객관성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동안 수연과 장우가 왜 그렇게 절절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라며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의 이름값에 비해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에 대해 실망감도 느낄 법 하건만 소지섭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률에 연연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구요. 하지만 스태프들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시청률인 것 같아, 그런 면에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20부까지 봐주신 뒤에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로드넘버원'을 보고 있으면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 내내 고생했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가 여실히 드러난다. 고생스러운 순간에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해 본적이 없었다는 소지섭은 다시는 이런 드라마를 못 만날 것 같아서 '로드넘버원'을 자신있게 선택했다고.
"이런 드라마를 내 평생 못 만날 것 같았어요. 사전 제작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죠. 드라마를 찍으며 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순발력만 발휘하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았거든요. 쪽대본 현실에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은 없었죠. 이번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이 다 나와 있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깊은 연구가 가능했고, 제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에 대해 또 배운 것 같습니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해 보이는 그는 의외로 아르바이트로 연기를 시작했고,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생활형 연기자'로 남을 줄 알았단다.
"처음 시작은 알다시피 '스톰'이라는 의류 광고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연기를 시작했는데, 배우에 대한 열정은 별로 없었죠. 당시 장동건씨와 같은 외모가 인기가 있어서, 저에게 쌍꺼풀 수술을 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근데 아르바이트인데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거절했죠. 그러다 연기를 맛을 알게 된 게 '발리에서 생긴 일'일겁니다. 그러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인정을 조금씩 받았던 것 같구요. '발리' 전까지 생활형 연기자가 될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발리'죠."
 
'소간지'라는 별명으로 패셔니스타의 대명사가 된 소지섭. 그가 입고 나온 룩은 바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항상 '베스트룩'에 뽑히기도 한다.
"'소간지'라는 별명,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한번 외출할 때마다 온 옷장을 다 뒤지곤 했죠. 지금은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제 외모에 대해서는 '시대를 잘 만났다'고 생각할 뿐이죠. 데뷔 당시만 해도 수술을 권유받곤 했으니까요."
'리딩' 한류스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소지섭은 '한류'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한류'라는 말이 그리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웬지 한국의 문화가 일방적으로 아시아에 흘러들어가는 것 같은 어감이 있어서요. 일방적인 흐름보다는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와 함께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일본 문화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구요."
"할리우드에도 도전하고 싶죠. 하지만 거기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작업을 해보니까 중요한 건 언어가 아니더라구요. 서로에 대한 교감인 것 같습니다."
최근 1인 기업을 세우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제대 후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쉬면서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가 뭘까? 고민했죠. 그냥 주어진 일이라서 했나? 아니면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했나? 결론은 사랑이더군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고, 지금은 많은 역할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회사를 차리고 나니까 책임감도 더 생겼구요. 벌써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결혼설이 나돌기도 했던 소지섭은 그래서 결혼할 때가 아니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결혼이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회사가 자리잡으려면 몇 년간 결혼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는 것도 자신 없고요. 마흔쯤 되면 생각해 볼께요."
극중 장우와 다른 점에 "나는 눈을 그렇게 크게 부라리지 않는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던 소지섭은 하지만 "한 여자를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달려가는 점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가지 목표를 두고 열정을 바치는 타입이거든요"라고 인생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말이 없어서 인터뷰가 힘들거라는 소문과 달리, 그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 이번 작품에 대해 자신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만큼 자신의 연기관과 자신감이 확고하기 때문이리라. 이번 작품을 하며 대사로 드러내는 연기 뿐 아니라 대사없이 몸으로 하는 연기에 대해 또 배우게 됐다고 밝힌 그가 다음 작품에서 또 얼마나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bonb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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