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승리계투 '난조'와 싹트는 '불안'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10 08: 52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과정에서 믿었던 투수들이 무너지고 말았다. 두산 베어스가 고창성(26)-정재훈(30) 승리계투 콤비의 동시 난조로 인해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두산은 지난 9일 잠실 LG전서 6회까지 7-3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으나 고창성과 정재훈의 연속 난조로 인해 7-9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2위(46승 1무 33패, 9일 현재) 두산은 같은 시각 넥센을 꺾은 3위(47승 1무 35패) 삼성에 반 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에 처했다.

 
특히 이날 난조 현상을 보인 투수들이 이기는 경기에 모습을 비추던 고창성(⅔이닝 1피홈런)과 정재훈(1이닝 5피안타 3실점)이었음을 감안하면 1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들은 각각 홀드 1위(16홀드, 정재훈)와 2위(15홀드, 고창성)를 기록 중인 두산 투수진의 중심 선수들.
 
지난해 16홀드를 따내며 2위에 올랐던 고창성은 시즌 반환점을 갓 지난 현재 이미 지난 시즌만큼의 홀드 수를 기록 중이다. 이는 1년 전보다 등판 빈도가 확실히 많아졌다는 이야기 중 하나.
 
7회 선발 레스 왈론드가 정성훈을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시킨 뒤 이진영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자 두산은 지체 없이 고창성을 마운드로 올렸다. 고창성은 조인성을 3루 땅볼로 잡아냈으나 '작뱅' 이병규에게 우월 스리런을 허용하며 올 시즌 좌타자에게 4개 째(전체 5개 째)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해 양준혁(삼성)에게만 유일한 홈런을 내줬던 고창성이었음을 감안하면 공의 제구가 높아졌다는 반증. 올 시즌 고창성의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0.99로 지난 시즌 종료 시와 똑같지만 평균 자책점은 1.95에서 3.78로 수직 상승했다. 결정적인 순간 실투가 잦았다는 점은 체력적인 부담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이야기와 같다.
 
정재훈의 경우도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 5월 말엽 어깨 통증으로 인해 1주일 넘게 '개점휴업'하기도 했던 정재훈은 9일 경기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탁월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개막과 함께 시즌 최고의 계투요원으로 활약한 정재훈이었으나 이날만은 그 위력을 찾을 수 없었다.
 
1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졌던 정재훈의 스트라이크 횟수는 19회에 불과했던 동시에 8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는 2번에 그쳤다. 그 답지 않게 어려운 경기를 자초한 탓도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무너졌다는 점 또한 팀에서 주도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투구 밸런스 붕괴는 체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우가 팔꿈치 수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열에서 이탈했고 허리가 좋지 않던 임태훈이 선발로 전향하며 두산 계투진은 분명 지난해에 비해 약화되었다. 지난 시즌 중반 삼성에서 이적해온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지승민은 당시만큼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한 채 2군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신인 이재학과 정대현은 첫 해임을 감안하면 좋은 공을 던지고 있으나 아직 경험이 일천한 투수들에게 승부처를 온전히 맡기기는 힘든 상황. 어깨 통증을 딛고 최근 1주일 간 3차례 계투로 등판한 이적생 좌완 이현승은 트레이드를 단행한 구단 입장에서 반드시 선발로 기용되어야 하는 투수다. 정강이 수술을 받은 우완 김상현마저 시즌 중 합류가 불투명한 만큼 앞으로도 고창성-정재훈에 가중될 부담은 무시할 수 없다.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며 한동안 '선발 야구'를 보여주지 못했던 두산. 지난 2년에 비하면 사정이 나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그와 비례해 계투진이 얇아졌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고창성과 정재훈의 올 시즌 분투와 난조 내용에는 지금까지 노출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고창성-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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