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는 PD들' 강호동·유재석 없이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7.11 08: 14

지상파 방송국 PD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기자와 가수, 개그맨 그리고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데 요즘은 상당수 PD들이 '스타와 거대 기획사 눈치 보느라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하며 지친 모습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최근 지상파 방송국의 예능과 드라마 등 주요 프로를 움직이는 힘의 권력이 톱스타와 인기 작가, 거대 매니지먼트사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예능 PD들은 새로운 기획을 짜기보다 톱MC를 모시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급 MC들의 출연 여부에 따라 예능 프로 시청률이 춤을 추는 현실 때문에 이들의 캐스팅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잡기위한 예능국의 노력은 이제 방송사 차원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와는 경쟁이 되질 않는다'는 인식이 지상파 3개 TV 예능국에 가득하다. 이번에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강호동에 맞서기위해 MBC '일요일일요일 밤에'와 SBS '일요일이 좋다' 양측이 한 치 양보없는 유재석 영입 대결을 펼친 게 단적인 예다.
드라마 PD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90년대 까지만 해도 김수현처럼 드라마 PD에게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작가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특급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PD보다 작가쪽에 줄서는 배우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힘의 축이 작가에게 기울면서 배우 캐스팅 권한도 아울러 넘어간 때문이다. 웬만한 중견 PD들 조차 특급 작가를 잡으려면 주연 배우로 누구 누구를 쓸지 정도는 사전에 의논하고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 해당 작가가 강하게 비토하는 연기자는 아예 출연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렇다보니 연기자들 사이에서 OO작가 라인, XX작가 라인 이라고 서로 수군거리는 인맥들도 자주 눈에 띄고 있다. 당연히 연예인 매니저들도 PD에 앞서 작가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를 건넨다.
회당 수천만원을 받는 특급을 차치하고라도 거액을 벌어들이는 작가들의 급증으로 가뜩이나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월급쟁이 방송국 드라마 PD로서는 속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톱스타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매니지먼트사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배우나 매니저를 대하는 자세 역시 옛날과는 사뭇 달라졌다. 고 박용하가 주연을 맡았던 SBS 화제작 '온에어'가 묘사했던 것처럼 초보 PD들은 작가에게 치이고 배우에게 밀리며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작가와 배우가 아니꼬워도 참고가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드라마 PD들의 목줄을 조이는 가장 큰 괴로움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낮으면 짐 쌀 준비를 해야하고 다음 작품 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이래저래 고달파진 드라마 PD들의 인생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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