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의 몰락이 아쉬운 이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7.12 07: 56

'대기만성'. 배우 최철호는 대기만성형 배우였다. 지난 1990년 연극 '님의 침묵'으로 데뷔, 십 수 년의 무명생활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다. 지난해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코믹 연기로 급부상하기전까지 시청자들에게 있어 최철호는 낯은 익지만 큰 임팩트는 없는 배우였다.
그러나 '내조의 여왕' 이후 수많은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는 바쁜 배우가 됐다. 이에 최철호는 '내조의 여왕'이 끝난 이후로도 그 여세를 몰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얻은 인기가 그에게는 마치 단비와도 같았을 터. '내조의 여왕'에 이어 '파트너', '열혈장사꾼', 그리고 올해 MBC '동이'에 이르기까지 쉼 없는 행보가 이어졌다. 드라마와 함께 각종 예능과 언론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즐길 준비가,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던 상태였던 것.
그랬던 최철호가 몰락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배우 인생에 종착점을 만난 듯하다. 재기를 점치기도 힘든 상황이다. 끊었던 술을 다시 먹고 폭행이란 범죄를 저질렀다. 그것도 여자를 폭행해놓고 극구 부인했다. 언론 매체들을 고소하겠다고 까지 으름장을 놓으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사건 현장의 CCTV 녹화 테이프로 모든 진실은 탄로 나고 말았다.

연예인들이 도박이나 음주운전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고도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자숙 기간을 거쳐 재기에 성공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봐왔다. 하지만 이번 최철호의 케이스는 여성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거짓으로 위장했었다는 점에서 그 어느 경우보다도 심한 배신감을 안기고 있다. 법의 판단과 상관없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쉽게 용서받기 어려울 듯 보인다.
지난해, '내조의 여왕'이 끝난 후 한 TV 인터뷰에서 긴 무명생활을 기다려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시청자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를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최철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최철호는 과거, 술을 자주 마셔 아내 속을 썩인 일이 많았지만 이제 그러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러나 11일, 여성 폭행 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최철호는, 어렵게 얻은 인기에 해가 될까 어리석은 거짓말을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여성을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 사죄하며 거짓 해명을 했던 사실도 인정했다. 불과 1년 전, 갑작스레 얻은 인기에 행복해하며 터뜨리던 너털웃음과는 너무도 상반된 눈물바람이었다.
무명에서 별이 된지 1년 만에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진 꼴이다. 수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전전하며 겪었을 온갖 고초에도, 연기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한 대기만성형 배우의 몰락이 아쉬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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