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가 ‘불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록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자극적인 소재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지난 6월 9일 첫 방송한 ‘제빵왕 김탁구’은 당초 주인공 김탁구가 제빵명장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휴먼가족드라마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1화부터 각종 막장 소재가 등장해 휴먼가족드라마라는 제작진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남편 구일중(전광렬)은 아내 서인숙(전인화)이 딸을 낳자 병원을 찾는 대신 보모 김미순(전미선)과 키스한 후 하룻밤을 지내고, 남편의 바람을 알아챈 서인숙 또한 과거 연인이자 구일중의 측근인 한승재(정성모)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가지는 등 불륜 소재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였다.

심지어 서인숙이 한승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구마준(주원)은 구일중의 친자로 입적되고, 구일중이 김미순에게서 데려 온 또 다른 아들 김탁구(윤시윤)는 집에서 쫓겨나 고생하는 처지가 됐다. 며느리와 아들 친구의 불륜을 목격한 홍여사(정혜선)가 다툼 중에 미끄러지자 서인숙-한승재가 이를 모른 척 해 시어머니를 죽게 방치하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가족 드라마’도 사정이 비슷하다. KBS 2TV ‘결혼해주세요’는 방송 초반부터 ‘불륜’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주인공 남정임(김지영)은 7년 동안 고된 시집살이와 떡 가게 파트타임으로 남편을 뒷바라지 해왔다. 그러나 전임교수에 방송 MC 자리까지 꿰찬 남편(이종혁)은 점점 그녀를 무시하고, 대학후배인 미모의 아나운서 윤서영(이태임)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방송분에서는 본격적으로 태호와 서영의 불륜이 그려졌다. 태호는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물을 쏟은 정임의 맘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후배인 서영의 전화를 받고는 온 힘을 다해 사랑 노래를 불러줬다. 마당에 나와 이불을 털고 있던 정임은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노래를 부르는 남편의 기막힌 광경을 발견하고 “이혼하자”고 소리쳤다.
MBC 일일 드라마 ‘황금물고기’는 복수를 위해 불륜을 차용했다. 자신의 집이 파산하도록 사주하고,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등 옛 연인 태영(이태곤)의 이해 못할 행동에 복수를 결심한 지민(조윤희)은 “당신의 행복을 깨주겠다”며 결혼한 태영과 현진(소유진)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분에서는 지민이 현진에게 “태영이 과거에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태영의 과거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이와 함께 태영에는 아직도 미련이 있는 것처럼 다가갔다. 평생 해왔던 발레를 이제 못하게 됐다며 눈물을 흘려 태영의 마음을 흔들었다.
TV 드라마가 이처럼 불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계 한 관계자는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자극적인 소재가 잘 먹힌다. 불륜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쉬운 측면이 있어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rosecut@osen.co.kr
<사진> 각 프로그램 포스터.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