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게임 개발자? 열심히 노력했을 뿐-송재경 XL게임즈 대표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7.12 15: 59

바람의 나라‧리니지 등 만든 1세대 개발자
“온라인게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도전”
3년 공들인 ‘아키에이지’ 22일 비공개서비스

[이브닝신문/OSEN=최승진] “안녕하세요 송재경입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엑스엘게임즈 사무실에서 만난 송재경(43) 대표는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나온 개발자의 모양새였다. 덥수룩한 머리에 헐렁한 티셔츠 패션을 한 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게임 개발자다.
그의 소탈함은 근무환경에서도 나타난다. 직원수 150여명을 이끄는 업체의 대표쯤 되면 번듯한 사장실에서 근무할 법도 하지만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한쪽에 책상을 두고 있을 뿐이다.
“업계에서 천재 게임 개발자로 불린다”고 물었더니 멋쩍게 웃으며 “신입사원 가운데 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도 있지만 사실 천재는 아니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 1세대 개발자로 유명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1996년·넥슨)와 ‘리니지’(1998년·엔씨소프트)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2003년 엑스엘게임즈 설립 후 온라인 레이싱게임 ‘XL레이싱’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차세대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를 준비 중이다. 주변에서는 ‘또 다른 대작으로 복귀하는 천재 개발자’ 등의 표현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22일 첫 비공개 서비스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크게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
 
-게임업계 경력 16년차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장의 변화다. 게임업계에 첫발을 내딛을 당시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열악했다. 오죽했으면 라면만 먹으면서 게임 개발에 열중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영세했던 초기 게임업체들이 발전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들 회사의 성장과 함께 게임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졌다.
 
-열악함을 무릅쓰고 게임 개발에 나선 이유?
▲녹록치 않아도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공부한 뒤 장래에 무엇을 할까 생각을 했다. 당시 주류였던 패키지게임은 미국과 일본 업체가 점령했지만 온라인게임은 아무도 시도를 하지 않아 이 분야에 도전하면 먹고 살 수 있을 것으로 봤다.(웃음)
 
-프로그램을 공부했다면 개인보다 기업시장에 관심을 보였을 듯하다.
▲중학교 시절 8비트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접해서인지 기업시장보다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 왔다. 만약 대학에 입학해서 메인프레임(기업용 대형 컴퓨터의 일종)을 먼저 접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 같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이후 한때 고난의 시기도 걸었다.
▲XL레이싱으로 온라인 레이싱게임 분야에 처음 도전했지만 잘 안됐다. 잘할 수 있는 게임장르로 승부를 펼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때 얻은 교훈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준비 중인 아키에이지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와 같은 MMORPG(온라인모험성장게임)다. 그간 몇 번의 성공이 있었으니 나쁜 타율은 아니라고 본다.(웃음)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의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분야를 바꿔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만 한 분야에서 두 번 이상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인과 한번 성공한 사람에 거는 기대가 다르기 때문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치에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온라인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가?
▲온라인게임은 패키지게임과 달리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긴다. 단순히 제품이라기보다 서비스 측면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용자간 소통을 위해 게임내용이나 서비스 등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게임 감각은 어떻게 유지하나?
▲신작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플레이해 본다. 주로 즐기는 게임장르는 MMORPG다.
 
-40대에 게임을 즐기는 의미는?
▲요즘 젊은이들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접한다. 이들이 40대가 돼도 게임을 즐기지 않을까? 40대는 게임을 접한 첫 세대다. 나만하더라도 8비트 컴퓨터를 구입해서 주로 게임을 즐겼다. 요즘 게임을 즐기는 재미도 어린 시절 못지않다. 50~60대가 돼서도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것이다.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는 어떤 게임인가?
▲바람의 나라, 리니지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을 녹여서 송재경표 MMORPG의 완성을 이루려고 한다. 2006년 하반기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최신 게임엔진인 크라이2엔진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다. 게임 이름인 아키에이지는 세상의 시작, 시초, 첫 번째라는 의미의 아르케(Arche)와 시대(Age)가 합쳐진 것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신들의 세상에 대한 열망과 탐험 등을 암시하고 있다.
 
-평소 생각해왔던 게임의 정의는?
▲게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여행 과정이 힘들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게임개발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여행이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즐거워야 하듯 게임개발도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송재경 대표이사 약력
-2003년 엑스엘게임즈 창립(대표이사)
-2000∼2003년 엔씨소프트 부사장
-1998년 MMORPG ‘리니지’ 개발
-1996년 세계 최초 MMORPG ‘바람의 나라’ 개발
-1994년 넥슨 공동 설립
-1993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 중퇴
-1992년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석사과정 졸업
-1990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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