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PD들, "파업 대체인력, 참지 않겠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7.12 16: 51

지난 주말,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상방송된 것을 두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예능국PD들이 강경 반대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예능제작국 조합원 일동 측은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외부의 대체 인력을 투입해 기존 녹화분을 편집하고 정상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며 사측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 자료에서 KBS본부 예능제작국 조합원 일동은 "명실상부 '최초의 일'이다. 80년이 넘어가는 KBS 한국방송의 역사에서 예능국이라는 공장이 멈춰 선 것은 이번 파업이 최초였다. 그만큼이나 2년간 죽어있던 KBS를 살리려는 결의는 절박했고 의지는 뜨거웠다. 지난 2년간의 KBS는 국민의 방송은커녕 정권의 방송이었다. 국민을 웃겨야 할 예능PD로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방송은 참을 수 없었다.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KBS 역사상 최초로 예능 PD들은 '하던 일을 중지'했다"며 지난 7월 1일자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2주 만에 다시 '정상 방송'이란다. 신기한 노릇이다. 업무로 복귀한 예능 PD 조합원이 단 한명도 없는데 지난 주말을 기해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정상화 된다는 기사가 뿌려지고 있다. 남아있는 몇몇의 책임 프로듀서들만으로 그 복잡다단한 버라이어티를 정상화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결국 그들의 카드는 대체인력 투입이었다. 본인들 스스로가 외부의 편집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다. 합법적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사측의 행위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저들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꼴이다"고 대체 인력을 이용해 정상 방송을 한 사측의 태도에 대해 비난했다.
또 "문제는 방송의 질이다. 촬영현장을 본 적도 없는 외부 PD가 투입되면 방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방송의 질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단지 파업이 숨겨지기만을 원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열망과 국민의 요구를 모른 척 묵살하겠다는 자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방송은 자동차가 아니다. 정해진 공정에 따라 뚝딱뚝딱 조립만 하면 만들어지는 공산품이 아니다. PD의 고유한 창작물이며, 작가들을 괴롭혀 밤새 회의하고, 수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들을 고생시켜 촬영한 '노고의 결정체'이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편집될 수 없는 이 소중한 창작물을, 최초의 기획의도와 구성의 방향성조차 알지 못하는 대체 인력이 편집한다는 건 프로그램의 제작과정 전체를 단지 '생산 공정'으로 환치시키는 행위이며 창작자인 PD들을 그저 조직의 부속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지한 폭력이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예능PD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이며 시청자들의 눈을 가리는 행위이다. 내 새끼 같은 프로그램이 남의 손에 이리저리 재단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우리 예능조합원들은 울분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이며 격앙된 어조를 높였다.
또한 "우리에겐 '버라이어티 정신'이 있다. 편안함과 아늑함을 거부하고 불편함과 고단함을 지향한다. 좋은 게 좋은 적당함을 배제하고 지칠 줄 모르는 독기와 끈기를 표방한다. 현재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KBS의 공익적 예능은 지난 수십 년간 숱한 예능PD들이 숱한 밤을 지새우며 버라이어티 정신 하나로 구축해 온 성과이다"며 "우리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예능조합원들은, 이번 대체인력 투입이 그 수십 년간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백안시한 채, 합법적 파업을 어떤 식으로든 저지시키려는 사측의 몸부림이라 규정하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아울러 사측이 하루속히 비타협적인 자세를 거두고 국민과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우리의 독하고 끈질긴 버라이어티 정신이 투쟁 현장이 아닌 방송 현장에서 발현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할 의지를 천명했다.
마지막으로 "KBS 경영진은 지금의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을 중지하라. 크리에이티브란 그리고 버라이어티 정신이란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 맺었다.
한편 KBS는 지난 1일 시작된 파업으로 인해 3일부터 재방송으로 대체됐던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을 지난 10일, 1주일 만에 정상화 시켰다. 이로써 외부의 인력이 투입된 '천하무적토요일', '해피선데이' 등이 정상 방송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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