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소용돌이',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13 07: 42

맹렬했던 기세가 수그러든 틈을 타 다크호스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좌를 놓고 펼쳐질 유망주들의 행보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즌 초 양의지(23. 두산 베어스)와 오지환(20. LG 트윈스)이 팀의 심장부를 지키며 각광을 받던 형국은 고원준(20. 넥센 히어로즈)의 가세로 불이 붙었다. 초반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의 활약이 다소 주춤해지자 이번에는 오정복(24. 삼성 라이온즈)과 이재곤(22. 롯데 자이언츠)이 제 실력을 발휘하며 초반 구도 붕괴 및 전세 역전을 노리는 형국.

 
이들은 모두 '중고' 신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2006년 두산에 2차 8번으로 입단한 양의지는 2년 간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은 뒤 경찰청에서 주포로 활약했던 예비역 신인. 2009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도 지난해 2군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으며 고원준도 같은 해 2차 1순위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인하대 출신의 오정복은 지난해 2차 7번으로 입단한 우투우타 외야수. 200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으나 이듬해 곧바로 경찰청 입대를 택했던 이재곤은 2006년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기량을 절차탁마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뒤 비로소 1군 무대의 재미를 맛보는 유망주들.
 
올 시즌 2할8푼3리 9홈런 43타점(12일 현재)을 기록 중인 양의지는 당초 김경문 감독의 논외에 있던 선수였다. 그저 '1군 개막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차원에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개막 2번째 경기인 3월 28일 잠실 KIA전서 데뷔 첫 안타를 터뜨리는 등 발전 가능성을 보이며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어느새 주전 포수로까지 성장했다.
 
이미 광주 진흥고 시절부터 힘을 바탕으로 한 노림수 타격 재능을 보였던 양의지는 올 시즌 포수 평균 자책점(CERA, 출처-www.statiz.co.kr) 4.82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중 4위에 위치해있다. 투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타일의 양의지는 첫 풀타임 시즌임에도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2할2푼5리에 그치는 도루 저지율과 최근 경기 중 무릎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고교 시절까지 투수와 내야수를 겸업, 기본적인 유격수 수비가 아쉽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오지환은 2할5푼1리 7홈런 38타점 11도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8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전체 2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으나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
 
타격 능력에 있어서도 팀 선배 이진영처럼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힘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체력 저하로 인한 배트 스피드 저하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쉽다.
 
4승 5패 평균 자책점 4.06의 성적표를 기록 중인 '제주도 섬소년' 고원준은 묵직한 볼 끝과 담대함으로 현장의 야구 관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5월 한 달간 6경기 2승 1패 평균 자책점 0.84의 탁월한 성적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으나 그 또한 시간이 갈 수록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확연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 타자를 현혹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원준의 7월 2경기 성적은 1패 평균 자책점 11.12.
 
 
 
양의지가 어느 정도 제 궤도를 유지하고 오지환, 고원준이 하락세에 접어든 순간 새 얼굴이 등장하며 판도를 흐트러뜨렸다. 지난해 우익수로 레이저빔 송구를 보여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오정복은 올 시즌 3할2리 7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는 1개에 그치고 있으나 투지를 바탕으로 한 악착같은 주루 플레이와 패기 넘치는 수비도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최형우의 부상 공백을 틈 타 좌익수 자리까지 꿰찬 오정복은 득점권 타율 4할이라는 놀라운 승부근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오정복도 최근 5경기서는 1할6푼7리(18타수 3안타)로 아쉬움을 비추고 있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은 이명우를 대신해 빈 자리를 꿰찬 이재곤도 빼놓을 수 없다. '멸종 위기'에 처했던 잠수함 선발 투수로 올 시즌 11경기서 3승 1패 평균 자책점 4.37을 기록 중. 존재 만으로도 '천연 기념물' 감인데 1군 첫 시즌임에도 자기 공을 과감하게 던진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재곤의 장점은 지저분한 볼 끝에 있다. 사이드암 투수의 팔 궤적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싱커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요동치며 타자의 방망이 중심을 이리저리 빗겨간다. 그의 투구 내용을 지켜본 김경문 두산 감독은 "자기 무기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라며 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른 팀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되도록 삼가는 김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재곤의 투구가 얼마나 인상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반환점을 이미 지나 각 팀이 50경기 가량을 남겨두고 있는 현 시점. 신인왕 레이스에도 변수는 많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도 중요하고 남은 기간 동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2001시즌 김태균(지바 롯데, 당시 한화)은 88경기 출장에 그쳤으나 20홈런의 파괴력을 발산하며 주전 외야수로 풀타임 활약한 박한이(삼성)를 제치고 신인왕이 된 바 있다.
 
또한 팀 성적도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 신인왕을 뽑는 만큼 소속팀의 상위 성적에 얼마나 공헌할 것인지, 큰 경기에서 얼마나 제 실력을 내뿜을 것인지 여부도 중요하다. 지난해 안치홍(KIA)은 시즌 타율 2할3푼5리로 아쉬움을 비췄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며 신인왕 이용찬(두산)과 함께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기회인 만큼 선수들에게는 더욱 의미있는 수식어가 바로 신인왕 타이틀이다. 3년 연속 중고 신인왕 가능성이 확실시 되는 시점에서 누가 시즌 종료 후 최우수선수 곁에서 함박웃음을 지을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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