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 웃겨야 산다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7.13 09: 09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더욱 재미있어지고 있다. 음악만 틀어주는 방송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코너와 출연진들의 입담, 청취자 참여 등으로 한층 풍성해진 느낌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DJ가 있다. 끼 많고 입담 좋은 연예인들이 DJ로 대거 기용되면서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생겨났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지난 3월 SBS 라디오 봄 개편에 맞춰 4년 만에 DJ로 복귀했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SBS 파워 FM ‘영 스트리트’,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하는 방송인만큼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특히 ‘영 스트리트’에는 DJ 김희철과 게스트들의 ‘만담’이 자주 등장한다. 청취자들이 ‘만담 방송’이란 애칭을 붙여 줬을 정도다. 사차원 정신세계로 유명한 김희철은 별 다를 것 없는 사연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밌고 맛깔나게 풀어놓는다. 
본인 스스로도 프로그램 성격에 대해 “훈훈한 내용도 좋지만 방송 시간이 저녁 8시 이후다. 이 시간대에는 교통 정체 구간이 많다”며 “슬픈 사연이나 훈훈한 사연을 소개하면 운전을 하다가 졸수도 있기 때문에 즐겁고 색깔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가은 역시 김희철과 같은 시기 DJ로 데뷔했다. 그것도 가장 많은 마니아 청취자를 거느렸던 SBS 파워 FM ‘스위트 뮤직 박스’를 통해서다. 해당 프로그램은 정지영 아나운서가 맡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방송이었다. 그런 만큼 DJ가 바뀐다는 소식에 많은 청취자들이 반발했고, 우려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가은 DJ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전임 DJ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데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친근함을 무기로 재치 있는 답변을 곁들이는 것도 정가은 DJ의 경쟁력이다. 심야 라디오에서 보기 힘들었던 돌발 행동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 진행 도중 요가를 하거나 패션쇼를 하는 등 인터넷을 통해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사연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친한 언니와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청취자들이 많다.
박명수가 진행하는 MBC FM4U ‘두시의 데이트’도 DJ만의 재치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뻔뻔함을 콘셉트로 청취자들을 혼내는 등 다른 라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시도들이 많다.
특히 청취자들의 사소한 설문을 알아보는 ‘거성 리서치’ 코너에서는 청취자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DJ가 독특한 질문으로 재미있는 답변을 이끌어낸다. 이를 테면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청취자에게 “아나운서들은 보통 얼굴이 무척 예쁜데 당신도 그러하냐”고 대놓고 질문하는 식이다. 이런 질문을 들은 청취자가 당황하는 건 당연한 일. 해당 질문에 청취자는 “내가 그 편견을 깨겠다”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그런가하면 SBS 파워FM ‘두시 탈출 컬투쇼’는 정찬우, 김태균의 재치만으로 꾸며지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DJ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보다 맛깔나게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컬투쇼’는 무엇보다 청취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데 이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한 청취자가 “맞벌이 부부라 집에 있는 개의 밥을 챙겨 줄 수가 없어 고민”이라는 사연을 올렸다. 그 개 이름이 ‘뚜껑이’였는데 “뚜껑아, 밥 먹어라”고 꼭 말을 해줘야만 개가 밥을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정찬우, 김태균은 2시 반이면 마이크에 대고 “뚜껑아 밥 먹어라”를 외쳤다. 그것도 1년 동안이나 말이다. 이런 덕분에 ‘컬투쇼’는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라디오의 변신과 관련해 한 연예 관계자는 “이제는 가수 매니저들이 라디오국을 찾지 않는 게 추세다. 라디오가 음악 위주에서 토크 위주로 변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rosecut@osen.co.kr
<사진> SBS '스위트 뮤직 박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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