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께서 적응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세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 시즌 8개 구단 선수들 중 유일하게 팀의 10연패 이상을 두 번이나 겪은 사나이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트레이드로 인해 한 시즌 두 번의 팀 10연패 이상을 경험한 그였지만 눈빛과 어깨만큼은 패배의식에 물들어 축 처진 모습이 아니었다.

안영명(26. KIA 타이거즈). 지난 6월 8일 '스나이퍼' 장성호(한화)의 반대급부로 3-3 트레이드를 통해 광주에 새 둥지를 틀었던 안영명은 올 시즌 26경기 5승 1패 1홀드 평균 자책점 6.33(13일 현재)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KIA 이적 후에는 13경기 2승 1홀드 평균 자책점 3.66.
장성호가 타 팀으로 이적할 시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 속에 KIA는 셋업맨으로 믿음직하게 활약해 줄 투수를 필요로 했다. 한화 입장에서도 선발-계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1차지명 출신 안영명은 쉽게 내줄 수 없는 투수였으나 베테랑이 바탕된 리빌딩을 원했던 한화가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한화 시절 이미 11연패를 경험했던 안영명은 KIA 이적 직후 2승을 따내며 복덩이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팀이 지난 6월 18일 문학 SK전 이후 걷잡을 수 없는 16연패 늪에 빠지면서 안영명 또한 팀의 길고 긴 연패를 몸으로 느껴야 했다. 그는 연패 기간 동안 7경기에 직접 등판하기도 했다.
경기가 우천순연된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안영명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10연패 이상을 그저 지켜본 것이 아니라 직접 느낀 투수였던 만큼 쉽게 헤어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파가 클 법도 했으나 그는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2연승을 했으니 괜찮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게 중요하지요. 16연패 동안 7경기에 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게 아니니까요. 커다란 체력 소모는 없었습니다".
해태 시절부터 강력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 팀 컬러를 갖췄던 타이거즈인 만큼 안영명의 새 팀 적응 여부도 궁금했다. 그러자 안영명은 "지금의 KIA는 다독여주는 선배들이 많다"라면서 고마운 선배들을 열거했다.
"유동훈 선배랑 서재응 선배, (최)희섭이 형을 비롯해서 많은 선배들이 편하게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고향팀을 떠나 타지로 이적하는 만큼 우려도 있었지만 금새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5경기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제 구위를 회복 중인 안영명. 뼈아픈 기억에 묶여있기보다 긍정적 사고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그가 남은 시즌 팀의 필승 계투로 맹위를 떨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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