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솔직히 상대 매물이 성에 차지 않았다".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팀에는 전력투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LG는 지난해 커다란 부메랑 효과를 맞았던 만큼 섣불리 선수 교환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 새로 사령탑을 맡은 박종훈 LG 트윈스 감독에게 아직 트레이드는 어려운 일인 것인가.

박 감독은 우천순연된 지난 13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트레이드와 관련한 질문에 입을 열였다. 선수 교환 거래 이야기가 물밑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구미가 당기는 카드는 아니었다는 말.
"시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대편에서 제안이 오기도 했으나 상대 매물이 성에 차지 않아 일단 거절했다. 개인적으로는 팀이 확실한 구색을 갖췄을 때 트레이드를 단행하고 싶다".
지난 2007년 두산 2군 감독 시절 이대수(현 한화) 트레이드와 관련해 의견을 낸 적이 있었던 박 감독.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성사된 이택근 트레이드를 제외하면 본인이 현장 최고 수장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한 적은 아직 없다.
더욱이 이택근 트레이드는 당시 현금을 필요로 했던 상대 구단 히어로즈의 특수성이 있었기에 이를 정상적인 선수 교환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현금이 배제되고 동등한 조건의 매물이 오간 '박종훈호'의 트레이드는 아직 단행되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그동안의 트레이드 거래와 물밑 움직임을 살펴보면 LG의 현재 고민까지 드러나게 마련이다. 전임 김재박 감독 시절이던 2008, 2009시즌 LG는 두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득을 봤다기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은 쪽이었기 때문.
2008년 6월 3일 LG는 포수 최승환과 거포 유망주 이성열을 내주고 묵직한 볼 끝을 갖춘 우완 이재영, 발 빠른 내야수 유망주 김용의를 데려왔다. 주전 포수 조인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최승환 활용책을 찾지 못했고 이성열의 성장세가 더뎌 더 이상의 기다림을 발휘하기 힘들었던 LG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으나 결과는 두산 쪽의 승리로 기울었다.
최승환은 이적과 함께 채상병(삼성)과 안방을 양분했고 이듬해 전반기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생애 첫 올스타전 출장에도 성공했다. 이적 첫 2시즌 동안 아쉬움을 비췄던 이성열은 올 시즌 두산 6번 타순을 꿰차며 2할7푼 14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에 반해 이재영은 제 구위를 확실히 뽐내지 못하고 있으며 김용의는 지난 시즌 후 상무-경찰청이 아닌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반전의 시일이 남아있으나 현재까지는 LG가 실패한 트레이드다.
우완 강철민을 받고 내야수 김상현, 박기남을 내준 지난해 4월 19일 트레이드는 LG에 악몽과도 같은 선수 교환이었다. 2군 리그를 초토화시켰으나 제대 후 2년 간 공-수에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김상현은 2008시즌 후 정성훈의 FA 영입으로 자리를 잃었다. 1루 전향까지 계획했으나 전지훈련 도중 조기 귀국하는 수모까지 겪었던 김상현은 KIA 이적 후 부담감 없는 타격으로 펄펄 날았다.
LG 시절 팬들의 질타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겪었던 김상현은 중압감을 벗고 직구-변화구를 거침없이 공략하며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했다. KIA의 통합우승 주역이 된 동시에 국내 최초의 '이적생 MVP'가 되며 LG에 비수를 꽂았다.
2007년 상무 시절 타격 개안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듬해 발목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였던 박기남은 KIA 이적 후 필요한 순간 요긴한 활약을 보이는 내야수로 힘을 보탰다. 김상현-박기남이 KIA 우승에 힘을 보태는 동안 강철민의 1군 등판 기록은 0에 그쳤기 때문에 LG 내부에서 '김상현 트레이드'는 아직까지 언급되어서는 안 될 선수 거래로 남아 있다. 올 시즌 LG의 신고선수가 23명이나 되는 이유는 방출로 인한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LG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 점수가 낮다는 것도 트레이드를 난항으로 이끌고 있다. 실제로 2008시즌 말엽 LG 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반대 급부 가치는 한 지방 구단의 계투 요원과 동급으로 물밑 이야기가 오간 적도 있다. 남다른 팬들의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던 LG 선수들에 대한 교환 가치 점수는 낮은 것이 사실.
향후 활약상으로 선수 거래 득실이 평가되는 트레이드인 만큼 팬들의 이목과 평가에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LG의 상황. 트레이드 이야기에 말 끝을 흐린 박 감독의 이야기에는 많은 고민이 숨어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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