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구구한 억측들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던 이병헌이 드디어 속마음을 털어놨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병규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다음이다.
이병헌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증인 출두를 마친 뒤 지인을 통해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건 너무나 어이없고 생각지도 않았던 음모에 휩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동안의 고충을 밝혔다.
이어 그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오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법정에서) 증언했으니 조만간 모든 진실은 밝혀질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병헌은 전 여자친구 등이 자신을 상대로 냈던 소송에서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병헌은 지난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와 TV 드라마 '아이리스' 출연으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시점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갖가지 의혹과 소송을 제기한 전 여자친구 문제로 인해 구설수에 휘말렸던 바 있다.
2009년은 이병헌의 배우사에 한 획을 그은 시기다. 안팎으로 그랬다. 먼저 한국에서는 대작 드라마 '아이리스'의 NSS 최정예 요원 김현준 역으로 진가를 재확인했다. 오랜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첩보원을 연기했다. 최고 시청률은 40%를 웃돌았고 시청자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인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은 전세계 흥행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악역 스톰 쉐도우를 연기한 이병헌은 주연 보다 더 돋보이는 조연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지아이조'는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시리즈로 제작중이며 이병헌의 출연은 계속된다.
상업영화만 고집하지 않는 게 이병헌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스크린에서도 흥행배우가 된 그는 이후 '번지 점프를 하다'(2001) '쓰리, 몬스터'(2004) 등 개성만점의 작가주의 영화에서 수업을 계속 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 차가운 심장 속에 따뜻한 감정 한 조각을 숨겨둔 조폭 2인자로 등장,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지난 해 이병헌은 '지아이조' '아이리스'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트란 안 홍 감독의 인디 무비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와 공연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배우로서의 장인 정신을 고집하는 그의 단면을 살필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도 하반기 기대작인 김지운 감독의 '나는 악마를 보았다'를 개봉 준비중이다. 묵묵히 배우로서의 바쁜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했던 이병헌이다. 그런 그가 참고 참았던 속마음을 드러낸 첫 마디는 한 마디로 "어이없었다"였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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