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루포 축하한다는 전화가 빗발치더라구요".
자신을 둘러쌌던 선입견을 벗겨내는 한 방이 될 것인가. 한화 이글스의 주전 유격수 이대수(29)가 데뷔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모처럼 위력을 떨쳤다.

이대수는 지난 14일 문학 SK전서 3-1로 앞선 3회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좌중월 만루홈런을 작렬했다. 자신의 올 시즌 4번째 홈런이자 프로 데뷔 후 첫 만루홈런을 처음 프로에 몸 담았던 팀을 상대로 때려낸 것. 게다가 이는 1986년 창단(전신 빙그레)한 후발주자격인 한화의 역대 3번째 2900홈런이다.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만루홈런이었다.
사실 이대수는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고평가를 받지는 못한 내야수 중 한 명이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2006시즌 SK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으나 이듬해 전지훈련 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사이드스로 송구를 했다가 김성근 감독의 눈 밖에 나며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전력이 있다.
두산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유격수로 활약했던 이대수였으나 2009시즌 손시헌이 제대 후 복귀하며 자리를 잃고 말았다. 여기에 2007년 포스트시즌 도중 당한 무릎 부상으로 인해 몸상태에 따라 기복 차가 심하다는 선입견까지 얻었던 선수가 바로 이대수다.
한대화 감독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한화에서 새 야구인생을 펼치게 된 이대수. 그러나 올 시즌 79경기 2할1푼9리 4홈런 26타점(14일 현재)으로 아직은 타격 면에서 엄청난 위력을 내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한 감독은 이대수에 대해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모양이다"라며 아쉬움을 곱씹기도.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보양식도 챙기고 있어요". 무릎 부상 이후 풀타임 시즌을 온전히 치러낼 수 있을지 여부를 시험받던 이대수 또한 그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던 것이 사실.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 전에 심리적으로도 부담을 느끼며 7월 초반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이대수는 의미있는 한 방으로 반전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었다.
"솔직히 만루 홈런은 한 번쯤 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쳐보니 덤덤하다. 잘 맞췄다고 생각은 했으나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지만 잘 이겨내겠다".
만루홈런의 여운이 남아있던 상태에서 경기 후 축하전화가 이어졌다면서 즐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이대수. 두산 시절인 2008시즌 후반기 4할9리의 고감도 타격과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며 전반기 부진을 상쇄하던 '후반기의 사나이'가 다시 한 번 그 날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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