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어야지요. 그동안 워낙 많이 졌으니까".
경기 전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톱타자는 쉽게 보기 힘든 홈스틸로 쐐기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계투 난조로 인해 그의 센스 주루는 '원정 12연패 속 분투'에 그치고 말았다.

'시크 가이' 이용규(25. KIA 타이거즈)가 상대 허를 찌르는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자신의 프로 데뷔 후 첫 홈스틸인 동시에 올 시즌 팀 동료 김선빈-최정(SK)에 이은 세 번째 기록. 그러나 두 번째 투수 안영명이 7회 조인성에게 역전 스리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6회 2사 1,3루에서 상대 좌완 이상열의 동선 '사각'을 노려 홈을 파고든 이용규의 수훈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팀은 5-6으로 역전패.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안타를 치고나간 뒤 후속 이종범 타석에서 2루를 훔치고 3루 내야안타에 3루까지 진루한 이용규. 뒤이어 이용규는 이상열이 1루로 견제하는 틈을 타 홈스틸에 성공하며 5-2가 되는 득점을 올렸다.
이는 자신을 등지고 있던 이상열의 허를 찌른 이용규의 재치있는 플레이였다. 이종범이 1루에 있던 상황이라 마운드의 이상열이 자신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이용규는 이상열의 견제 동작이 민첩하지 못한 틈을 타 홈을 파고 들었다. 견제에 나서는 이상열의 무릎이 1루 쪽으로 들리는 순간 곧바로 스타트를 끊은 단독 홈스틸이다.
그동안 도루 능력이 이대형(LG), 이종욱(두산) 등에 비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얻었던 이용규지만 그는 사실 상대 움직임을 파악해 추가 진루를 노리는 센스를 갖춘 주자 중 한 명이다. 데뷔 첫 해이자 LG시절이던 2004년에는 좌익수 플라이 때 1루에서 2루까지 진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꼭 1년 전 이용규는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세부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잖아요"라며 운을 뗀 이용규는 "그만큼 수비 중계가 허술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음 베이스를 노렸다"라고 밝혔다.
"그 때 잠실 삼성전이었는데 좌익수가 심정수 선배였어요. 저는 1루에 있으니 공을 잡는 모습과 송구를 중계하는 모습이 다 보이고 상대 수비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누구도 제가 태그업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꺼에요. 제가 2루로 뛸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슬슬 공을 내야에 넘길 것이 뻔한 상황이고 반대로 제 시야에는 중계 동작을 뛰면서도 모두 지켜볼 수 있어서 뛰었는데 다행히 세이프 판정을 받게 되더군요".(웃음)
홈을 파고든 뒤 포효하는 이용규의 모습과 함께 당시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경기 전 16연패로 인해 한때 공동 3위에서 6위까지 곤두박질쳤던 팀 상황에 다소 어두운 낯빛을 비췄던 이용규. 팀의 역전패에 빛을 잃었으나 이용규의 홈스틸은 날쌘 주자가 승부처에서 어떻게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하는지 보여준, 승패 결과로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장면이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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