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후배 향한 뜻깊은 '방망이 선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16 17: 53

"가만있자. 내가 티켓을 챙겨놨었는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같지만 알고보면 속정 깊은 남자다. '이블 준석' 최준석(27. 두산 베어스)이 오는 18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리는 퓨쳐스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후배 이두환(22)에게 방망이를 선물하며 기를 불어넣었다.

 
올 시즌 최준석은 83경기에 출장해 3할1푼8리 14홈런 54타점(16일 현재)을 기록하며 김현수-김동주와 함께 두산 중심타선을 구축 중이다.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이 기대되는 만큼 올 시즌 후 반드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팬들은 더욱 짙은 아쉬움을 비추고 있다.
 
경기 전 내린 비로 롯데와의 경기가 취소된 16일 잠실구장. 간단한 훈련을 마친 뒤 사복으로 갈아입고 집으로 향하려던 최준석은 2군 훈련을 마치고 잠실로 돌아온 이두환을 불러세웠다.
 
지난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2순위로 입단한 이두환은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주역으로 대회 베스트 9까지 뽑혔던 거포 유망주.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지난 3년 간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그의 올 시즌 2군 북부리그 성적은 3할8푼1리 19홈런 60타점에 장타율 7할2리로 뛰어나다. 팀 1년 선배 최주환(현 상무)과 함께 2군 타격 순위 상위권에서 각축 중.
 
2군에서의 맹활약에 퓨쳐스 올스타로 선정된 이두환에게 최준석은 자신의 새 방망이를 선뜻 내줬다. 경기 전 홈런 더비에도 참가하는 만큼 자신의 기를 받아 더욱 호쾌한 장타를 날려달라는 뜻이었다.
 
방망이를 쥐고 "진짜 괜찮은데요"라며 웃은 이두환. 그에게 최준석은 "따로 방망이 티켓을 모아둔 게 있었는데"라며 이두환의 발걸음을 붙잡은 뒤 분주하게 자신의 가방을 훑어보았다. 장비 스폰서가 붙는 1군과는 달리 2군 선수들은 방망이가 다 떨어지면 자신의 연봉에서 그만큼의 금액이 차감되어 새 방망이를 얻게 된다. 최준석이 자신의 모아 둔 '티켓'을 후배에게 주려했던 이유다.
 
최준석이 올 시즌을 마치고 병역 의무를 택한다면 이두환은 다음 시즌 그 빈 자리를 채울 가장 유력한 내부 후보 중 한 명이다. 자신의 뒤를 잇게 될 후배에게 기를 불어넣은 최준석의 모습에서 그의 따뜻한 일면을 알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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