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한대화(50) 한화 이글스 감독이 전날 SK 와이번스가 보여준 보기 드문 수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가 우천 취소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날 경기에서 SK가 좌투 박정권을 2루 수비로 나선 것은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SK는 전날(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8회말 공격 때 이호준을 대타로 내세우는 바람에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해 버렸다. 앞서 최윤석, 모창민, 윤상균이 교체되면서 내야가 가능한 야수가 없었져 버린 것이다.
결국 김성근 SK 감독은 9회초 수비에 최정은 그대로 3루에 놔뒀지만 2루수 정근우를 유격수로 배치했고, 무릎이 좋지 않은 이호준에게 1루 베이스를 맡기는 궁여지책을 폈다.
흥미로운 장면은 박정권을 2루수로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좌투좌타인 박정권인 만큼 '오른손에 글러브를 낀 2루수'라는 희한한 장면이 탄생했다.
한 감독은 그러면서 SK가 9회초 보여준 수비에 대해 "나 역시 그런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서 "이희근을 써버렸을 경우에는 최진행을 포수로 앉히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감독은 "김강민이 내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박정권을 2루수로 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강민이 외야수인 만큼 내야 펑고를 받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대신 박정권은 1루수도 겸하고 있어 괜찮았다. 단지 좌투 2루수여서 모양새가 이상했을 뿐이었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박정권은 수비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수비가 약한 1, 2루쪽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에 대해 "타자가 투수들의 빠른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배팅볼 때도 유격수 쪽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전날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아픔을 곱씹었다.
한화는 1회 5점을 먼저 뽑는 등 8회초까지만 해도 7-5로 앞섰다. 그러나 8회말 수비에서 2루수 정원석이 평범한 플라이볼을 놓친 데 이어 3루수 오선진이 1루 악송구를 한 탓에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9회말 이재원에게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맞아 7-8로 경기를 내줘야 했다.
이에 한 감독은 정원석에 대해 "평소 더 힘들고 멀리 날아가는 타구도 귀신 같이 잡아내는 애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선진은 잡을 때부터 불안했다. 너무 앞으로 나와 잡았다"고 돌아봤다.
한편 흡연가인 한 감독은 경기 중에도 담배를 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 후 "코치시절에는 5회가 끝난 후 한 대 피고 경기가 끝난 후에 또 한 대 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씁쓸한 답변은 감독의 어려움과 현재 최하위 한화의 팀 사정을 잘 대변해줬다.
"감독이 되고 부터는 3회가 끝난 후 한대, 5회가 끝난 후 한 대, 그리고 6, 7, 8, 9회가 끝날 때마다 한 대씩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