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이 어느새 17일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파업이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예능국, 드라마국을 비롯 아나운서들까지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드라마 방송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파업 첫 주,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재방송과 다를 바 없는 하이라이트 방송분을 내보냈다. 2주차 주말 예능 프로그램부터는 외부 인력을 투입해, 기존의 촬영분을 편집해 방송했다. 이번 주말 역시 마찬가지다. '천하무적토요일', '해피선데이' 등 굵직한 간판 버라이어티들이 외부 인력 편집분으로 정상 방송된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대체해 제작한 꼴이다. 현재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야외촬영은 평소대로 진행 중이다.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스케줄이나 시의성을 고려해 지금 촬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들이다. 예를 들면 '남자의 자격'이 지난 11일 참가한 밴드 대회와 같은 것들이다. '남자의 자격'이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기획한 직장인 밴드대회 참가기는 꼭 당일 촬영이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편집은 잇몸이 대신하고 있다. 파업과 상관없이 원래 상당 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외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담당 PD의 손을 거치지 않고 편집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지난 주말 '해피선데이'는 외부 인력이 편집한 방송분을 내보냈다가 많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완성도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평소 방송 내용이나 고유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한 예능국 관계자는 최근 OSEN에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PD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촬영한 녹화 테이프가 외부 인력에 의해서 편집되고 방송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하루 빨리 파업이 끝나고 업무에 정상 복귀하고 싶은 바람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풀 수 없는 상황이라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나 다름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잇몸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관계자라 할지라도 담당 PD나 제작진만큼의 감각과 기술을 완벽히 흉내낼 수는 없을 것이다"며 "본인이 촬영한 것이 아닌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향후 녹화분조차 모두 소진될 경우, 편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과연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대체해 만든 프로그램들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 향후 정상 방송에 지장이 생기진 않을지 주목된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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