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속 무승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에 '스나이퍼' 설기현(31)의 부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포항은 지난 1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과 쏘나타 K리그 2010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4로 완패를 당했다. 지난 3월 20일 강원을 4-0으로 꺾은 이후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3무7패)으로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다.

찬스를 만들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마침표를 찍어줄 해결사 부재를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햄서 돌아와 포항과 1년 계약을 체결한 설기현의 부활이 절실하다.
설기현은 2월 훈련 중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부단히 재활에 매진해 지난 10일 전남전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61분 동안 슈팅 1개에 그치며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설기현은 이번 부산전에서 K리그 데뷔골과 승리라는 2마리 토끼 사냥을 노렸다. 경기 전 포항의 박창현 감독대행은 설기현에 대해 "괜찮다. 누구든 첫 경기는 부담이 될 것이다"며 축 처진 어깨에 힘을 실어줬고, 부산의 황선홍 감독도 "쉬는 기간이 길어 아직 완전치 않지만 견제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설기현은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유효슈팅 1개(슈팅 3개)에 그치며 또 다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소속팀이 K리그 데뷔전을 치른 펠리피(브라질)를 비롯해 김창수, 김근철에게 4골을 헌납했지만 공격 포인트 없이 완패를 막지 못한 것.
경기 후 박창현 감독대행은 설기현에 대해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K리그를 쉽게 보면 적응하기 더 어려울 것이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부산의 황선홍 감독도 설기현에 대해 "전남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공격적이었으나 파괴력은 아직 감을 못 찾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설기현은 지난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해외 진출 프로젝트에 따라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에 진출한 이후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경험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사실상 외국인 선수와 다를 바가 없는 셈.
반면 소속팀은 발데마르 레모스 감독의 경질을 비롯해 신형민(발목) 황재원(등)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 등 악재 속에 리그 11위(2승4무7패)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설기현이 조속히 K리그에 녹아들어 포항의 반등 기회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parkr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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