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는 보통 5일 로테이션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러나 LG 트윈스 우완투수 강철민(31)은 1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무려 1501일만에 선발 등판했다. 강철민 역시 꿈에 그리던 선발 등판이었다.
▲돌아온 그, 강철민은 누구?
순천 효천고-한양대를 거치며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드림팀 1기로 아마추어 시절 주목받던 강철민은 2002년 KIA 입단 이후 매년 선발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4시즌 8승을 거둔 정도를 제외하고 커다란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2006시즌 팔꿈치 수술 이후 개점휴업 과정을 밟았던 강철민이다.

결국 강철민은 지난해 4월 19일 김상현과 박기남의 반대급부로 LG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김상현이 KIA의 주포로 자리매김하고 박기남도 KIA 내야진에 힘을 보태는 동안 강철민은 단 한 번도 1군을 밟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지난해 8월 최고 149km까지 구위를 끌어올렸으나 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의 길을 걸어야 했다.
▲1501일만의 선발 복귀전
18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후 강철민은 "오랜만에 등판이라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그러나 4년여 공백을 잊게 한 피칭이었다. 강철민은 최고 구속 149km의 강속구를 뿌리며 4이닝 동안 1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부활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철민은 마운드 위에서 92개의 공을 뿌리는 동안 54개가 스트라이크를 꽃아 넣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58.7%에 그치며 컨트롤이 미흡했다. 그 역시 "컨디션은 좋았다. 직구 볼 끝은 좋았는데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아 투구수가 많아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92개 가운데 직구는 54개(138∼149km)를 던졌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23개(120∼127km), 커브(110∼116km) 7개, 그리고 체인지업(132∼134km)을 8개 구사했다. 주자 진루 시 셋 포지션 시간은 직구 1.15∼1.25, 변화구 1.25∼1.31을 기록했다. 1,2회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즉,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났다.
▲허구연 의원과 박종훈 감독의 현장평
강철민이 등판한 경기에 해설을 맡은 MBC-ESPN 허구연 의원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1051일만의 등판 치고는 종합적으로 괜찮았다.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할 법 했지만 실전 경험이 있는 선수인 만큼 마운드에서 긴장감을 크게 보여주지 않았다. 풀카운트 승부가 많았고, 제구가 조금 불안 했지만 첫 등판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또 "강철민의 투구폼(상체 위주)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그러나 예전에는 투구 동작이 조금 딱딱해 끊기는 현상이 있었지만 조금 더 부드러워 진 것 같다. 투구 매커니즘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지금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릴리스 포인트와 공을 놓는 지점을 일정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 자기가 편안하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경기만으로 세부적인 판단을 하긴 이르다. 몸쪽 낮은 직구를 좋은 볼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직속적으로 못 던진다는 점이 아쉽다. 강철민이 부상 위험에 겁을 내지 않고, 통증도 없다면 후반 LG 마운드에 힘이 될 수 있다. 3∼5선발이 비어있는 상태인데 충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LG 박종훈 감독도 경기 후 "강철민이라는 선수가 선발로 등판해 오늘의 수확이었다. 볼 끝의 힘이 있어서 좋았다. 제구만 조금 더 보완 한다면 충분히 선발투수로 제 몫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팀의 패배 속에서도 강철민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철민도 "그 동안 기다려준 팬들과 구단께 감사하다. 제구를 좀 더 가다듬어서 앞으로 꼭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agassi@osen.co.kr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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