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의미 지닌 히메네스의 '완투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7.19 09: 50

3년 만에 보는 팀 내 선발투수의 완투승이다. 두산 베어스가 1선발 켈빈 히메네스(30)의 1실점 완투승에 화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2승(3패, 공동 1위, 19일 현재)째를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동시에 히메네스는 8개 구단 투수들 중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 선발투수가 완투승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 31일 잠실 한화전에서 9이닝 6피안타 무실점 완봉승으로 시즌 14승 째를 장식한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 이후 처음이다. 그해 리오스는 과감한 직구-역회전볼 구사 패턴으로 시즌 22승을 거둔 바 있다.
 
3년 만에 두산에 완투승 기록을 새겨넣은 히메네스의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동안 선발보다 불펜이 지키는 야구로 상위 성적을 거두던 두산이 선발진에서 또 하나의 돌파구를 찾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2007시즌 후 리오스가 대한해협을 건넌 뒤 두산 선발진은 급속도로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리오스와 원투펀치를 구축했던 맷 랜들은 2007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을 겪은 뒤 직구 평균 구속이 3~4km 이상 하락했다. 랜들 스스로도 당시를 떠올리며 "서클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흐트러뜨린 뒤 직구를 전력 투구하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부하가 많이 간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을 정도.
 
2008년의 랜들은 안정적인 선발투수가 아닌 경기마다 제 몫 정도만 하는 투수로 한 단계 쇠퇴하고 말았다. 그해 한솥밥을 먹었던 좌완 게리 레스는 꾸역꾸역 5이닝을 살짝 넘기는 이닝 소화력을 보이다가 쌍둥이 출산에 따른 아내의 건강 문제로 야구계를 떠났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으며 리오스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았던 '써니' 김선우는 첫 2년 간 어깨 통증, 무릎 부상 등으로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입단 당시 구단 사상 최고 계약금인 6억원(역대 3위)을 받으며 미래의 선발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명제는 2008년 전반기에서만 7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으나 경기 당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진 데다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제 구위를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 지난 시즌 후 교통사고로 선수 생활 지속 여부까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
 
여기에 2008시즌 저스틴 레이어, 지난해 크리스 니코스키, 후안 세데뇨 등 새로 수혈된 외국인 투수들마저 함량 미달의 모습을 보였다. '단기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투수' 부재 현상으로 인해 김경문 감독은 점차 선발 투수들을 믿지 못하면서 계투를 조기투입하는 전략을 자주 선택해야 했다. '감독 재임 5년 째 우승'을 바랐던 김 감독이 그동안 다소 조급한 행보를 걸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선발진의 약화였다.
 
그러나 히메네스의 완투승은 악순환을 끊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두산이 이닝 소화 능력을 믿었다기보다 시원시원한 팔스윙과 묵직한 구위를 믿고 영입한 히메네스는 미국 무대 데뷔 초 3년을 제외하고 대부분 계투로 출장했던 투수다.
 
시즌 초 두산 코칭스태프는 히메네스의 투구수를 유심히 지켜보며 많은 이닝을 할애하지 않았다. 기후가 히메네스에게 다소 쌀쌀했던 이유도 있었고 '구위만큼은 1선발감'이라는 내부 확신 속에 점차 근육이 선발 보직에 적응하길 기다렸던 것.
 
여름이 되자 두산은 히메네스에게 경기를 만들어가는 임무를 맡겼고 히메네스는 최근 5경기서 4승 무패 평균 자책점 0.50의 탁월한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5점 대에 달하던 그의 평균 자책점은 어느새 3.23까지 떨어졌고 점차 히메네스의 등판일이 정재훈-고창성 필승 계투의 휴식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히메네스의 상승세와 함께 김선우도 최근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 자책점 3.16으로 투수진 맏형 임무를 제대로 수행 중이다. 단기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필수 요소가 1-2-3 펀치 구축임을 감안하면 두산은 일단 현재 두 개의 괜찮은 선발 카드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를 스스로 확실하게 이끌어가는 동시에 계투진에 휴식을 주는 선발 투수의 완투승. 그동안 낯설었던 장면을 선사한 히메네스의 9이닝 쾌투는 앞으로 두산이 내딛게 될 발걸음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