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길고긴 158분 러닝타임 '특별한 이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0.07.20 10: 26

강우석 감독의 신작 영화 '이끼'가 긴 러닝타임으로도 탄탄한 흥행세를 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158분이란 긴 러닝타임은 최근 한국영화계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모습. 이 두 가지 상황은 흥행에 걸림돌이 되기 충분하지만, '이끼'의 경우는 개봉 첫주 11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항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충무로의 미다스 손이자 영화 베테랑인 강우석 감독이 흥행에 약점이 되는 줄 뻔히 알고도 긴 러닝타임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2부작으로도 고심했다는 강 감독의 말처럼, 원작의 방대함이 물론 첫 번째 이유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이 가진 방대한 메시지와 스토리를 담기에 2시간 가량의 영상은 버겁다는 것.
두 번째 보다 직접적이고 특별한 이유는 배우들에 대한 강우석 감독의 애정에 있다. 강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를 살리는 것'에 가장 심혈을 두고 비중을 뒀다. 강 감독은 사람 하나하나로 들어가서 살펴보는 재미를 관전 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그 만큼 영화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 할애했다. 이는 주연들 뿐 아니라 유선, 유준상 등 대립구도의 주변적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극중 유해국(박해일)의 조력자인 정의로운 박민욱 검사 역을 맡은 유준상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촬영분이 전부 영화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 컷트 정도가 빠졌는데, 이는 강 감독이 사전에 미리 빠진다고 얘기해 준 장면이었다.
극중 마을의 열쇠를 지닌 비밀스러운 여자 영지 역을 맡은 유선 역시 자신의 분량이 거의 남김 없이 영화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유선은 "사실 배우들이 완성된 작품을 보러 시사회에 갔을 때, 수없이 고민하고 힘들 게 찍은 장면이 많이 없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러면 배우 입장으로서 맥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리고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편집되면 캐릭터의 힘이 떨어져 영화 완성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강우석 감독님은 촬영과 장면을 최대한 살려줬다"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감독들이 자신이 찍은 장면들을 버리기 아까워하면서도, 영화 전체를 위해 주저없이 잘라내는 경우가 많다. 많은 배우들이 이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신조는 본인은 죽더라도 배우는 살린다는 것. 물론 영화 전체에 해가 되면 안 되겠지만, 배우들이 연기한 내용과 분량에 최대한 가위질을 금한다. 배우들이 강우석 감독을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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