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빈이 영화 '아저씨'로 돌아온다. 세상을 등진채 전당포 주인으로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 역할이다. 전작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는 정신줄 놓은 도준 역으로 꽃미남 스타답지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화려한 액션까지 곁들여 멋진 그 남자로 컴백했다.
원빈은 과묵한 남자다. 특히 인터뷰에서 그렇다. 원빈 자신도 잘알고 쉽게 인정하는 사실이다. "말이 적다기 보다는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로 스크린 데뷔를 한 그가 말수가 적다니, 아이러니다. 어찌됐건 한 소녀와의 우정을 위해 킬러 복귀를 선언한, 전혀 아저씨답지 않은 '아저씨' 원빈을 무더운 한여름 어느 날 서울 삼청동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래서 원빈도 영화 홍보 등을 위해 TV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기회를 절대 사절하는 배우 가운데 한명이다. 그렇다고 예능 프로를 싫어하느냐? 그건 아니고 즐겨보는 편이란다. "개그 프로도 좋아한다"고 해서 '개그콘서트'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만 짓는다.

'아저씨' 개봉을 앞두고는 예능에 출연할 계획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이날 인터뷰 중 가장 단호하고 확실한 답을 했다. "이런(말수 적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내가 예능에 나가서 잘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안나가는 겁니다"
원빈은 천만관객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우리형' '마더' '킬러들의 수다' 등 흥행했거나 호평을 받은 수작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그러나 '킬러'부터 '아저씨'까지 10년동안 작품수는 고작 5편. 평균 2년에 한 편꼴로 톱스타치고는 과작이다.
이에대해 "쉬지말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라"는 주위의 충고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그는 "작품을 좀 더 자주 해야겠다" "작품 수가 적었던 건 사실" "부지런히(연달아 영화에 들어가는) 뛰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등 자신의 과작 스타일을 앞으로 고칠 듯한 뉘앙스의 말들을 자주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구분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팬들은 이제 다양한 모습의 원빈을 더 자주 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될 게 분명하다.

영화배우로 대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굳이 스크린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 요즘은 드라마에 대해..어렵다는 생각들이 없어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영화가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가는 것이라면 드라마는 한 호흡에 쭉 달려갈수 있어서 배우로서는 빠져들기도 쉬운 것같다. 영화는 디테일에서 신경써야될 부분이 많고 몇달간 자기가 맡은 역할의 감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의가사제대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첫 작품은 '괴물' 봉 감독의 '마더'. 사실상 김혜자가 주연인 영화에서 원빈은 의외로 자신의 꽃미남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도준 역을 택했다. 왜?
"'마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집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인물, 즉 사건의 발단이 되고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니까 (도준 역)을 주저할 이유는 없었죠. 또 (덜 떨어진듯한)도준 역할은 그렇게 했어야만 되야하지 않을까요? 시간도 있었고, 존경하는 김혜자 대선배나 훌륭한 봉준호 감독님 앞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 안되니까 더 열심히 해야되는 부담감은 컸습니다."
그는 "내 이미지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로서 몫이 있으니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되니까"라는 이유로 '마더'를 선택했고 그런 배우로서의 정신이 원조 꽃미남 배우답지않게 단 한 번도 연기력 논란 등에 휘말리지 않은 배경이 된듯 하다.

새로 나올 영화 '아저씨'는 원빈도 아직 편집본조차 보지못한 상황에서 만났다. 예고편이 나온후 뤽 베송 감독의 '레옹'과 판박이 영화라는 얘기들이 돈다고 묻자 "그런 훌륭한 작품과 비교된다는 건 영광이다. 그러나 영화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일 것이다. 컨셉은 비슷할지 몰라도.."라고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mcgwire@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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