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롯데 트레이드, 예견될 수 있는 일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7.22 09: 02

지난 21일 넥센과 SK의 대결을 앞둔 목동구장.
황재균이 롯데로 간 대신 새롭게 팀에 합류한 김민성과 김수화를 맞이하는 상견례가 덕아웃 앞에서 잠시 동안 있었다. 떠들썩 하진 않았지만 웃음소리도 들렸고 환영의 박수 소리도 간간이 이어졌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잠시 그 쪽을 바라봤다. "트레이드와 관련해서는 묻지 말아달라"며 아예 사전 함구를 작정한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 나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선수들이 다친다"고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잠깐 내쉬기도 했다.

넥센과 롯데는 지난 20일 오전 나란히 보도자료를 통해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넥센이 롯데에 내야수 황재균을 주고 롯데는 내야수 김민성과 투수 김수화를 넥센에 내주는 1 대 2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양팀 모두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차원'의 트레이드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넥센은 오히려 "우리가 이득"이라고 흡족한 표정까지 지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흘 동안 승인하지 않았다. '현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좀더 투명하게 이번 트레이드를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은 더욱 거세졌다.
▲더 이상 넥센에 현장은 없다
"김민성은 롯데에서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다. 좋은 선수지만 당장 1군 엔트리에 등록시킬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수화는 입단 당시에는 상당한 기대를 받은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최근 몇년 동안 던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난 20일 김시진 감독이 이번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 말이었다. 현장과의 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말이었기도 했다. 남궁종환 넥센 부사장이 김 감독에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알려졌다.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았다.
한 야구관계자는 "차라리 어느 구단처럼 FA 같은 거액의 선수를 데려다 줬다면 현장과 의논을 조율하지 않았다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물며 FA를 데려다줘도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헛수고다"면서 현장의 의견을 차단한 채 이행된 프런트 독단의 트레이드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지금까지 5번의 트레이드에서 넥센의 현장은 없었다. 이제 넥센에서 현장과 프런트는 따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컷 만들면 없어진다
선수단은 계속 경기를 해야 하고 선수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 만큼 계속해서 선수를 키워낼 수 밖에 없다. 사라진 붙박이 자원을 대신하기 위해 팀 내부 선수간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화수분'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단 프런트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사실상 부정한 만큼 언제든 떠나 보낼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 결국 구단은 존재하되 선수단의 미래는 멀리 내다보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넥센 2군에는 김수화처럼 군문제를 해결했고 150km대를 뿌려대는 젊은 투수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안다. 김수화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몇년 동안 계속 봐온 투수 유망주들도 힘든 판국에 몇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아예 서지도 못했던 투수를 데려간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년 동안 데리고 있던 유망주를 내보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 선수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한 말이었다.
또 다른 선수는 "이번 트레이드는 분명 주전이 아닌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이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어쩌겠나"라고 씁쓸해 했다.
더불어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팀워크가 있을 수 있겠나. 내년 연봉을 한푼이라도 더 올려 받기 위해서라도 개인 성적에 더 치중할 것"이라면서 "고가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팀은 없고 나만 튀어날 수 밖에 없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구조
넥센 구단의 경영구조는 다른 구단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모그룹으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다른 구단과는 달리 넥센은 직접 벌어서 꾸려야 한다.
따라서 넥센의 태생적 한계는 돈이며 이를 위해서는 재산인 선수를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항간의 '이번 트레이드는 플러스 알파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가 없다. (현금을) 이미 건내줬던지, 아니면 시즌 혹은 트레이드 승인 후 건내주든지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급해진 롯데가 몸값을 전보다 더 올렸을 수도 있다'라는 구체적인 추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한 선수는 "애초 KBO가 넥센의 구단 창단을 승인하는 순간 이번 일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트레이드 의혹을 밝히기 힘든 만큼 승인이 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