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호쾌한 타구를 외야 깊숙한 공간으로 날려 보낸다. 순간 투수는 '아차'하며 숨이 멎는다. 타구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 따라간다. 어느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 안타성 타구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 앞에서는 예외다.
정수빈은 20일과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이틀 연속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팀이 승리를 거두는데 숨은 공신이 됐다. 정수빈은 20일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2회초 정성훈의 타구를 잡아낸 데 이어 21일에는 우익수로 출장해 1회초 이택근의 2루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그의 호수비 덕분에 두산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22일 잠실 LG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정수빈은 "다이빙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릴 때부터 다이빙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무조건 다이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설 때만 승부를 본다. 물론 못 잡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구 판단을 하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할까. 정수빈은 호수비 비결을 3가지로 꼽았다. 그는 "보통 상대 타자들의 타격폼, 우리 팀 투수가 잘 던지는 구종, 그리고 포수가 앉아있는 위치에 보고 타구가 어디로 올지 예측한다"고 자신의 수비 판단 기준을 설명했다.

물론 타자들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보통 타자들의 경우 앞쪽 다리를 열었을 경우 극단적으로 당겨 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닫아 놓고 있을 경우 센터 방향 및 밀어서 치는 경우가 많다. 파워 히터는 당겨 치고, 교타자들은 밀어 치기에 능하다. 또한 포수가 타자 안쪽에 앉았을 경우 몸쪽 승부, 빠져 앉았을 경우 바깥쪽 승부를 한다.
두산의 우완 투수 김선우를 예로 들자. 김선우는 몸쪽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다. 즉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어져 들어오며 떨어지는 투심이 배트에 맞아 외야로 뻗어 갈 경우 우측 선상으로 휘어져 나간다. 21일 이택근의 타구가 이와 같은 판단에서 나왔다. 우타자가 김선우의 슬라이더를 밀어 쳤을 때는 우익수쪽으로 깎여서 날아간다.
그러나 정수빈은 "다이빙 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이 맞는 순간 스타트를 얼마만큼 빨리 끊느냐가 중요하다"고 자신만의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이빙 캐치를 시도할 때 특별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나 같은 경우 부상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몸 사린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적극적으로 잡으려고 한다"며 투지를 보였다.
정수빈의 수비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정수빈의 호수비 덕분에 이틀 연속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고, LG 박종훈 감독도 "정수빈의 수비를 보고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겠다 싶었는데 정말로 그랬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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