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만화의 실사화와 관련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캐스팅'이었다.
원작 속 생생한 캐릭터의 옷을 인물은 누가되야 할까, 란 문제-논의가 끊임없이 회자됐고, 캐스팅이 발표될 때마다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중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은 천용덕 이장 역 정재영. 정재영이 주인공이자 악역으로 전체주의 군주 같은 강렬한 파워를 보여줘야 하는 천용덕 이장 역으로 캐스팅 됐다고 보도됐을 때, 많은 원작팬들과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원작에 표현된 천용덕에 어울리는 인물로 배우 변희봉 등이 거론될 정도로 천용덕 이장과 배우 정재영 사이에서는 어떤 유사성도 발견하지 못하는 듯 했다. 정재영 스스로도 "내가 봐도 안 어울렸다. 두려웠다"라고 밝히며 묵직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이끼'는 가장 화두에 올랐던 캐스팅 논란을 우려로만 그치게 했다. 젊은 시절의 천용덕부터 70대 노인으로까지 분장하며 쉬이 세월을 오간 정재영에 관한 관객의 호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분장 자체가 어색해 보였을 수는 있겠지만, 정재영의 연기에 대한 내공이 캐릭터를 흡수하고 소화했다는 평이다.

원작에서 팜므파탈 기운이 강했던 마을의 열쇠를 쥔 비밀스러운 여자 영지 역 유선도 원작과는 전혀 다르지만, 또 다른 영지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는 반응이다.
유선은 영지 역으로 발탁됐다고 알려졌을 당시, 우려 보다도 "기대된다"는 반응 쪽이 컸다. 기대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마련. 하지만 조마조마했던 배우들의 두려움은 깨끗이 접혔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을 그대로 갔다 놓은 듯한 유해국 역 박해일은 말할 것도 없고, 정의로운 검사 박민욱으로 분한 유준상도 팔딱거리는 캐릭터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준다. 김상호, 김준배, 유해진 등 천용덕 이장의 수하들 역시 만족스러운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끼'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분분할 수 있겠지만, 캐스팅 논란을 잠재운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끼'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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