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수도 있고, 잔디 위에서 하니깐 다칠 염려도 없어서 야구하는 것이 재미있다".
‘스마트 야구장’ 개념을 도입, 설치한 ‘하이서울 연식야구 전용구장’이 7월23일 잠실 종합운동장 2층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을 활용해 개장됐다.
하이서울 연식야구 전용구장은 세계 최초 이동식 야구장으로 일반 아스팔트 위에 19mm 두께의 카페트식 인조잔디를 깔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슬라이딩을 해도 상처가 나지 않을 만큼 안전하다. 경기장 규격은 좌, 우, 중앙 모두 50m로 총 면적은 1000평 정도 된다. 공사는 지난 5일부터 시작해 22일 완공돼 불과 보름 남짓 소요됐고, 비용은 8000만원이 들었다. 경기장을 이동할 경우 이틀이면 해체 후 재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간편하다.

야구공은 110g부터 135g까지 나이대별로 적절한 안전공을 사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일구공'이라고 지었다. 베이스당 거리는 리틀야구(18.29m)와 달리 18.19m로 했다. 투수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도 14.02m가 아닌 13.6m로 했다. 모두가 일구회를 뜻하는 숫자 '19'와 맞게 조금씩 수정했다.
개장식이 열린 오전 11시에는 굵은 장맛비방울도 그쳐 개장식을 환영했다. 개장식장에는 연식야구팀 어린이들을 비롯한 야구원로, 학부모, 관계기관 임원들까지 다양하게 참석했다.

특히 이동식 야구장 아이디어를 낸 김양경 한국연식야구연맹 부회장, 아이디어를 듣고 야구장 시공을 맡은 우수창 ㈜강진베이스볼파크, 재정적으로 지원을 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대표해 양해영 관리지원팀장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평소 유소년 야구 발전에 관심이 많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도 함께했다.
한국연식야구연맹은 '사랑과 배려로 세계를 향해 공을 던져 글로벌 리더가 되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김양경 부회장은 "좋은 야구장이 생겨 아이들이 너무 기뻐한다"며 "연식야구를 통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에서, 학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현재 한국연식야구연맹에 등록된 연식야구팀은 100여개다. 등록은 6세부터 13세까지 아이들만 가능하다. 한국연식야구연맹은 현재 250명의 학생이 8개반으로 나뉘어 연습 및 시합을 하고 있다. 연식야구팀에 들어오려고 대기자만 160명이 밀려있다.
김 부회장은 "팀을 더 늘리고 싶지만 장소 및 여러 가지 문제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야구가 취미인 만큼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수, 금, 토,일요일' 중에서 일주일에 한번, 3시간씩만 한다. 서울의 계성초등학교는 연식야구 팀만 3개나 된다. 연식야구연맹은 앞으로 서울시와 지방 자치단체와도 협의해 영어 야구체험 프로그램, 스트라이크 던지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반 학생들을 위한 체험 학습장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더 많은 아이들이 맘껏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간들이 생겨야 한다. 경기장을 건설한 우수창 대표는 "아이들이 야구할 수 있는 공간이 워낙 없다. 더 많은 공간들이 생겨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KBO 양해영 운영팀장은 "아이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부족하지만 이런 경기장을 만든 것이 의미 있고 기쁘다"며 "문제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들만 있다면 KBO에서는 유소년 야구 발전 프로그램 일환으로 재정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은 비가 많이 내려있는 상태라 축축했다. 이이들은 돌아가면서 투수, 포수, 그리고 심판까지도 했다. 새롭게 생겨난 경기장에 흥분한 아이들은 홈플레이트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4학년때부터 연식야구를 시작한 김태현(동망초등학교 6학년,13세)군은 "야구선수가 꿈은 아니지만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 흙에서만 하다가 잔디에서 하니까 다칠 염려도 없고 좋다. 일주일에 3시간밖에 못 하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한 뒤 타석에 들어서 멋진 스윙을 했다.
곁에 있던 이철수(난향초등학교 5학년,12세)군도 "친구가 소개해 줘서 연식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마운드도 올라와 있고, 먼지도 없다. 잔디가 푹신푹신해서 발이 안 아픈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며 글러브를 들고 외야로 뛰어 나갔다.
이철수군의 어머니인 우정자(40)씨는 "아들 녀석도 야구를 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게임만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를 하면서부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단체생활 및 규칙에 대해서도 잘 따른다"며 "아이들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이 어린 시절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장식에 참석한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는 "다른 볼일 일이 있어서 서울에 왔다가 개장식 소식을 듣고 잠깐 들렸다. 경기장을 직접 밟아 봤는데 느낌이 너무 좋다. 정말 축하할 일"이라고 말한 뒤 "각 지자체에서도 이런 경기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취미로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연식야구연맹은 8월 중순 ‘하이서울 연식야구 전용구장’과 잠실 보조경기장을 활용해 추가적으로 4개 야구장을 설치해 24개팀이 참가하는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 재정은 1500만원이 잡혀 있으며, 우수한 팀에게는 야구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회를 후원할 스폰서들도 함께 찾고 있는 중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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