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대구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성황리에 끝났다. 지난 24일 대구구장은 일찌감치 만원사례를 이룬 관중들로 가득찬 가운데 각본없는 드라마같은 양팀의 승부, 최다득표 올스타이자 MVP가 된 홍성흔(롯데)의 눈길 끈 쇼맨십 등 야구적 흥미는 물론 다양한 볼거리로 근년 들어 가장 재미있었던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날 올스타전을 바라보는 야구계 인사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토록 높은 열기와 흥미를 지닌 올스타전을 좀 더 많은 팬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없는 여건에 가슴 한구석이 씁쓸했던 것이다. 올스타전이 열린 대구구장 수용인원은 1만명으로 경기 시작 3시간전에 표는 바닥이 났다. 표를 구하지 못한 많은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가야 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야구계 인사들은 "깔끔하게 단장되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3만 구장에서 치렀으면..."하는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한국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유영구 총재에게는 올 시즌 이뤄야할 목표가 2가지 있다. 하나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관중 600만명을 돌파하며 새역사를 쓰는 일이고 또 하나는 지방구장 신축을 위한 착공이다.
이 두가지를 위해 유총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야구장 신축에 관심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읍소하고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분주하다. 특히 현재 프로야구 구단이 본거지로 있는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가 현재의 낡고 작은 구장 대신 최신식 구장을 짓겠다는 열의가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광역시가 구장 신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유총재는 고무되고 있다. 유총재는 얼마전 "강운태 광주시장이 야구장 신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안에 착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유총재는 "광주시가 시작하면 대구와 대전도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야구팬이자 시민들의 문화여가를 위한 복합시설인 야구장을 새로 만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열차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냐"며 3곳에 새로운 야구장이 생겨나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유총재를 비롯한 야구계 인사들은 지방신축구장이야말로 현재 불붙은 프로야구 열기를 한 단계 더 승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로 여기고 있다. 지방에 3만명 안팎의 새야구장이 생기면 올스타전은 물론 포스트시즌 등도 그야말로 지역민과 야구팬 전체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3만명 들어오는 서울 잠실, 인천 문학, 부산 사직구장 등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다가 1만명 수용의 다른 지방 작은 구장에서 경기를 갖게 되면 "너무 초라하지 않냐"는 것이 야구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대구구장 올스타전을 바라보는 야구계 인사들의 마음은 착잡했던 것이다. 틈만나면 야구장 신축을 약속했던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올스타전 축사를 맡았으나 이번에는 야구장 신축 관련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대구시도 야구장 신축을 위한 구상은 갖고 있지만 아직 공표할 단계가 아니어서 시장이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이제는 '허언'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단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야구계 전체의 염원인 지방구장 신축이 하루빨리 가시화돼 반듯한 야구장에서 더 멋진 축제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지방에 야구장이 생기면 지역주민들의 여가시설은 물론 원정팬들의 나들이터로도 각광받을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국내야구계에서도 수도권팀들의 지방 원정경기에 원정팀 팬들이 다수 응원에 나서는 등 미국이나 일본처럼 팬들의 원정응원도 잦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sun@osen.co.kr
<사진>매진으로 만원관중을 이룬 가운데 만점 흥미를 제공한 올스타전이 열린 1만명 수용의 대구구장. 야구계 인사들은 이제는 작고 낡고 불편한 작은 지방구장이 아닌 깔끔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큰 신축구장에서 올스타전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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