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5일까지 누적관객수 110만 1091명(영화진흥위원회)을 기록하며 강우석 감독 신작 '이끼'를 제치고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북미에서도 개봉 2주차에 흥행 1위를 달렸다. 북미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이었던 23일부터 25일까지 '인셉션'은 3792개 스크린에서 총 4350만 5000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안젤리나 졸리 주연 신작 '솔트'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첫주 수입은 6040만 달러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셉션'은 가까운 미래, 드림머신이란 기계를 이용해 타인의 생각을 훔치기 위해 꿈속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그렸다. 무려 2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레빗, 마리온 꼬띨라르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하지만 대중적 코드로 무장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북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감독에 대한 기대와 마케팅에 있다. '인셉션'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다크 나이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 있다.
'다크 나이트'의 전세계적인 성공으로 보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권리와 풍요를 얻게 된 놀란 감독은 '인셉션'을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환상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광범위한 대중을 위한 프랜차이즈는 아닐지라도 "다크나이트 감독의 작품"이란 포스터의 큰 문구는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연결된다.
그런가하면 SF 영화들이 보통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을, '인셉션'은 마케팅에서 교묘히 피해간다. '꿈'을 이야기하는 영화 답게 '인셉션' 역시 난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광고에서만큼은 이런 면모를 발견할 수 없다.
광고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강렬한-혁명적인 SF 비주얼과 이미지, 그 안의 액션신으로 무장해 스릴러 영화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선을 압도한다. 예를 들어 무중력 상태에서의 대결신, 끊임없이 위로 펼쳐지는 계단 신 등이 상당한 볼거리를 자랑하지만, 이는 철저히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데 쓰여 단순히 보는 재미에 만족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흥미를 자아내는 예고편 덕에 '인셉션'은 시리즈물이 아님에도 북미 현지에서 '아바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 기록을 내는 성과를 거두게 했다.
'인셉션'은 대중성과 작가성이 뒤섞인 SF물 '매트릭스'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케 한다. 제작자 워너브라더스는 '인센셥'의 관객 구성이 56%가 남성, 73%가 34세 이하임을 주목하고 있다.
북미 현지에서는 전략적으로 개봉 전 압도적인 프리뷰 호평들을 쏟아냈고, TV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국내에서도 각종 영화 블로그들에서 의견 논의가 활발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적인 유희라는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저 웅장한 SF 블록버스터 쯤으로 생각하고 '인셉션'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으면 오산. '미로 찾기'와 같은 복잡한 영화 속 설계도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잘 붙들고 쫓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상. 환상 속에 겹겹히 설계한 놀란 감독의 영화적 구도, 꿈과 현실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 등이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의 틀을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이런 '인셉션'은 영화팬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고, '매트릭스'를 능가하는 혁명적인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져 사실상 대중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데이트를 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연인, 중장년층 관객들에게는 휴식이 아닌 숙제와 같은 영화로 다가올 법도 하다. 실제로 "지루하고 난해하다", "졸음이 왔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과 "곱씹을 수록 매력있는 영화", "강렬한 비주얼과 메시지에 매료당했다" 등의 호평이 엇갈리고 있다.
소위 관객들에게 판단에 맡기는 '열린 결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관객들은 "허무하다"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지만, 지적인 도전욕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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