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소방수로 생각하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에서 1군 투수코치를 바꾼 KIA는 새로운 모험을 했다. 이적생 우완투수 안영명(26)을 소방수로 낙점한 것이다. 대신 잦은 블론세이브(6개)로 무너졌던 전임 소방수 유동훈은 미들맨으로 내렸다.
이유는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기 때문이었다. 안영명은 올해 한화에서 13경기에 출전 방어율 8.16으로 부진했다. KIA 이적후 18경기에 출전해 26이닝을 던져 16자책점을 기록했다. 2승2패 1세이브 1홀드 방어율 5.54를 기록했다. 기록만 본다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구위가 이적시와는 달리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시속 150km를 넘는 직구,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졌고 무엇보다 볼끝이 무거워졌다. 낮게 깔리면서 솟아오르는 듯한 볼을 뿌린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고 있다. 들쭉날쭉한 제구력도 안정감이 생겼다.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도 빛을 발하고 있다. 후반기 소방수로 낙점한 이유이다.
왜 좋아졌을까. 답은 투구폼에서 찾을 수 있다. 안영명은 투구폼을 바꾸었다. 그동안 투구시 왼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에서 오른다리를 구부렸다. 그러다 보니 몸이 뒤로 젖혀졌다 볼을 던지느라 볼끝이나 속도와 제구력이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오른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볼을 뿌리는 폼으로 바꾸었다. 투구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한결 간결해졌고 자연스럽게 볼을 놓는 지점(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스피드, 볼끝, 제구력 등 모든게 달라졌다. 이강철 투수코치의 조언이 적중한 것이었다.
지난 27일 롯데와의 사직 후반기 첫 경기에서 의미있는 첫 소방수 신고식을 마쳤다. 이대호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6-5로 쫓긴 8회1사후 등판해 5타자를 탈삼진 1개를 포함해 퍼펙트 처리하고 한 점차 승리를 지켰다. 새로운 소방수로 손색이 없는 피칭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하지는 않다. 새로운 투구폼이 완벽하게 익힌 것이 아니다. 전반기 막판 3실점과 5실점으로 무너진 경험이 있다. 제구력과 떨어지는 변화구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조범현 감독은 기대감이 높다. 후반기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 유력한 소방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을 정도이다.
조범현 감독은 "아직은 완전치 않은 점이 있지만 투구폼을 바꾸면서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볼을 던져 소방수로 낙점했다. 앞으로 변화구나 제구력을 좀 더 다듬으면 내년시즌 소방수로 기용할 수 있을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KIA는 전반기 14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불펜이 자멸했다. 경기 후반 자꾸 무너지는 통에 무력감이 지배했고 부진으로 이어졌다. 후반기 역전 4강을 노리고 있는 KIA의 최우선 대책도 불펜 조정이었고 안영명이 중심축이었다. 과연 안영명이 후반기에서 불펜을 이끌 수 있을 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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