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이 어느 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아직도 종식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예능국을 중심으로 드라마국까지 파업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예능 PD들은 물론 드라마 PD들, 아나운서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면서 KBS 프로그램들에 다소의 균열이 나타나고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예능과 몇몇 드라마 PD들이 제작에 손을 놓았지만 일단 외부 대체 인력을 투입,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중이다. '천하무적토요일', '해피선데이' 등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편집은 물론 촬영까지도 담당 PD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프로그램에는 티가 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 역시 27일 방송분에서 2NE1 멤버 씨엘의 합성사진을 개코의 사진인 것으로 잘못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고 28일 오후, 급기야 제작진의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2NE1의 팬들은 물론 시청자들, 그리고 씨엘 본인에게까지 상처와 실망을 안긴 사태였다. 제작진이 정중한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아직도 온라인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런가하면 '해피선데이-1박2일'은 25일 방송분 도중 멤버 은지원의 흡연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날 방송된 '경북 의성'편에서 김종민의 모습 뒤로 담배 연기를 뿜고 있는 은지원의 모습과 담배를 든 손 등이 포착된 것. 방송 직후부터 다음 날까지 논란이 계속되자 26일 오전,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역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은 과거 MC몽의 흡연 장면 방송 때와 더불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 제작진을 향해 실망의 뜻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드라마들도 메인 연출자 대신 CP가 투입돼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결방 없이 정상 방송을 타고 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메인 PD의 연출력 대신 대체 투입된 연출자의 손을 타기 때문에 제작 과정부터 달라지고 있다. 현재 대체 촬영 중인 모 드라마 관계자는 "원래 PD님은 한 신을 촬영하기 위해 몇 시간을 공을 들이는 분이었는데, 지금 연출자의 경우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빨리 빨리 촬영을 하신다"며 "촬영이 빨리 진행돼 좋은 점도 있지만 드라마의 완성도가 달라질까 걱정이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파업 여파로 인한 대체 인력 투입이 방송 퀼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 아니라 얼마나 장기화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당장은 꾸역꾸역 굴러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편성 상의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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