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2군 경기에서 구위 자체를 회복했다는 보고가 왔을 때 (금)민철이를 1군으로 올리겠다".
올 시즌 전남 강진 베이스볼파크를 퓨쳐스(2군)팀 훈련장으로 채택한 넥센 히어로즈. 강진은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 정약용의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넥센 선수들에게도 '1군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야구 유배지'와 같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이 끝난 후 1선발 금민철(24)에게 2군행을 지시하며 강진으로 내려보낸 김시진 넥센 감독이 금민철의 복귀 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순히 1군 말소 기한을 채운 후 올리기보다 2군에서의 훈련 과정 및 실전 등판 결과를 놓고 올려보내겠다는 뜻. 이미 금민철은 1군 말소 기한에 하루를 넘겼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금민철에 관련한 질문에 "구위 자체가 회복되었을 때 민철이를 1군으로 부르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구(舊) '좌완 3인방'의 한 축이던 이현승을 두산에 내주는 대신 10억원과 함께 받은 좌완 금민철은 올 시즌 6승 11패 평균 자책점 4.69(30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 쾌조의 스타트를 보여주며 대표 선발로 우뚝 섰던 금민철이지만 6월서부터 최근 두 달간 1승 5패 평균 자책점 7.45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애써 잡아놓았던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며 구위-제구가 모두 망가졌기 때문. 공을 손에서 놓을 때 고개가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현상이 다시 나오면서 두산 시절 안 좋은 모습이 재현되고 말았다.
선수 본인 또한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경기 초반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우려섞인 표정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숲 속에서 숲의 전경을 볼 수 없듯이 선수 본인이 밸런스 붕괴를 느낀다고 해서 그 해결책까지 명확히 알고 문제점을 자연 치유할 수 없는 법.
국내 최초의 개인 통산 100승 투수이자 태평양-현대 시절 투수코치로 잔뼈가 굵은 김 감독은 현 상황에서 구멍난 곳에 땜질하듯 금민철을 섣불리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넥센 2군은 지난 25일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고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에 2군 합류 초반 재활군에 포함되었던 금민철은 올 시즌 2군 기록이 없다.
"아직 2군 경기에 민철이가 등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2군 코칭스태프도 민철이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에서 민철이가 보여주는 투구 내용 보고를 받고 괜찮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 1군에 올리겠다".
29일까지 시즌 전적 37승 3무 56패로 최하위 한화(36승 58패)에 승차 없이 쫓겨있는 넥센이지만 4위(42승 3무 47패) 롯데와 7경기 차. 산술적으로는 4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러나 시즌 전 구상했던 5선발 로테이션 가담 투수 중 애드리안 번사이드, 김성현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전열 이탈한 상황에서 조기에 금민철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금민철은 김 감독이 올 시즌 만이 아닌 앞으로도 활용하고자 하는 선발투수이기 때문.
지난 2월 가고시마 전지훈련 당시 "142km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라며 화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현재 재차 담금질에 들어간 금민철. 올 시즌만이 아닌 다음 시즌에도 넥센 선발진의 얼굴로 내세우고 싶다던 김 감독이었기에 금민철에 대한 감독의 이야기에는 표면적 말 뜻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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