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보게 좋아졌네".
선두 SK 와이번스가 시즌 두 번째 4연패를 힘겹게 벗어났다. 여기에는 '와일드씽' 우완 투수 엄정욱(29)의 호투가 있었고 좌완으로 이뤄진 불펜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SK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3으로 신승, 시즌 61승째를 거뒀다. 2위 삼성의 추격이 거센 만큼 자칫 5경기차로 간격이 좁아들 수 있었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엄정욱이 있었다. 엄정욱은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 동안 단 1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은 채 시즌 3승(2패)째를 올렸다.
0-3으로 뒤진 6회 1사 1, 3루에서 선발 글로버로부터 마운드를 이어 받은 엄정욱은 LG 박용근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3-2로 추격에 나선 7회에는 박용택-이대형-이택근, 3-3 균형을 이룬 8회에는 이진영-정성훈-이병규까지 차례로 돌려세웠다. 결국 SK 타선은 마운드가 안정을 이루자 9회 정근우의 결승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과보다 엄정욱의 피칭 내용이 알찼다. 삼진은 2개에 그쳤다. 하지만 투구수가 23개에 그쳤을 정도로 공격적이면서도 타자들의 방망이를 빠르게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엄정욱이 아니었다면 SK 불펜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 했다. 전날 패한 경기에 고효준을 비롯해 정우람, 정대현, 이승호가 모두 투입되면서 제대로 가동시킬 수 있는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우람과 고효준은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등판했고 이승호는 전날 76개를 던졌다.
김성근 감독도 엄정욱의 피칭에 대해 "얼마전 봤을 때는 커브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29일) 보니 몰라 보게 좋아졌다"면서 "엄정욱 덕분에 불펜진을 아낄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정욱은 지난 27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올 시즌 고효준과 함께 5선발과 중간 불펜진으로 중용 받았지만 점차 구위가 좋지 않았다. 특히 변화구가 무뎌지면서 상대적으로 직구의 위력이 반감됐다.
그러나 절묘한 타이밍에 마운드에 올랐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재영이 어깨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한동안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무리로 나선 송은범과 함께 좌완으로 이뤄진 승리조에 하루지만 소중한 휴식을 안길 수 있었다. 더불어 엄정욱으로서는 또 한 번 승리조에 있으면서 선발을 병행하는 스윙맨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팀에 귀중한 후반기 첫 승을 안긴 엄정욱이 SK 좌완 불펜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