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로드넘버원', 긴 부진 이유는?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07.30 10: 01

화제작 '로드넘버원'이 부진의 늪을 허덕이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첫방송을 시작한 '로드넘버원'은 9.1%라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첫방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하며 6%대에 머물던 드라마는 29일 방송된 12회에서는 5.1%라는 자체최저 기록을 나타냈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이라는 '핫' 배우들에, 손창민, 최민수 등 걸출한 배우들의 뒷받침, 한지훈 작가, 이장수, 김진민 감독 등 스타 제작진들의 참여, 130억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 여기에 완성도를 위한 사전 제작까지, 뭐 하나 빠지는 요소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로드넘버원’이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130억이라는 제작비가 무색하게 엉성한 전쟁신에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편당 제작비도 안되는 수준으로 만들어낸 전쟁신은 제작비에 비해 오히려 훌륭할 정도다.
드라마를 전쟁과 멜로로 양분할 때 '로드넘버원’'이 실패한 것은 전쟁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멜로 부분이다.
방송 전 제작진이 밝혔듯 이 드라마는 전쟁 드라마라기보다 멜로 드라마다. 전쟁은 세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과 우정을 위해 이용되는 장치일 뿐이고,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운명적인 사랑과 그 사랑에 끼어든 또 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초반 급박한 멜로 전개는 섬세한 감정선을 요하는 멜로라인을 무너뜨렸다. 제작진들은 회상을 통해 주인공 수연과 장우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을 작정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시청자에게 처음부터 죽을 만큼 서로 사랑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바라봄'(선남선녀들이 사랑하고 있구나)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몰입하기엔 초반 그들의 드라마가 너무 부족했다.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장르가 드라마인 만큼 초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특히 멜로 드라마임에도 드라마 주시청층인 여성들을 잡지 못한 것이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 빠지는 이유가 됐다.
여성들이 내 이웃의 입소문을 듣고 이웃 방송국으로 채널을 돌리는 동안 '로드넘버원'이 사로잡은 건 남성 시청자들이다. 무너진 멜로 라인보다 전쟁 중에 피어난 전우애가 드라마의 미덕이 되면서 남성들의 많은 공감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정치 게임 역시 남성들의 입맛에 맞았다.
최근 김하늘 역시 인터뷰에서 "남성팬들이 부쩍 늘었다. 페이스북에 '로드넘버원'을 잘 보고 있다는 남성팬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소지섭(장우), 윤계상(태호), 김하늘(수연)이 새롭게 재회하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반에 들어선 '로드넘버원'이 장우와 수연은 왜 그렇게 사랑했나, 그들은 어떤 추억을 안고 사랑을 키워왔나, 또 태호는 왜 그렇게 김하늘에 집착하는가 등 초반부터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에 공감할 만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완성도 면에서는 시청률과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bonbon@osen.co.kr
<사진> 로고스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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