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지석 미국통신원]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와 추신수의 맞대결이 펼쳐진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는 또 다른 볼거리가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인디언스가 1-11로 크게 뒤진 가운데 9회초를 맞자 매니 액터 감독이 후보 1루수 앤디 마르테를 마운드에 올린 것.

이 경기에서 인디언스는 5회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7회초에만 7점을 빼앗기며 승부를 포기한 상태였다. 특히 선발로 나선 미치 탤보트가 3회초 허리 부상을 호소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나 5명의 구원투수들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6명의 투수가 무려 12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자멸한 데다 점수 차가 10점으로 벌어지자 고육지책으로 마르테를 마운드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인디언스에서 투수가 아닌 선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04년 포수 팀 레이커 이후 처음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마르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 경험이 전무한 선수. 급하게 동향의 파우스토 카르모나에게 공을 잡는 방법 등을 원포인트 레슨으로 배운 마르테는 마운드로 향했다.
처음에는 와인드업조차 하지 않고 볼을 던진 마르테는 "거의 대부분 직구만 던졌다. 변화구도 던져보려 했지만 쉽지 않더라. 하마터면 첫 타자 로빈슨 카노를 맞힐 뻔했다"고 말했다.
강타자 카노를 얼떨 결에 2루 땅볼로 잡아낸 마르테는 안정을 찾았다. 다음 타자는 올 시즌 팬 투표로 올스타전에 막차로 참여한 스위치 히터 닉 스위셔였지만 마르테는 3구만에 삼진을 잡아내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연속으로 던진 후 3구째 헛스윙으로 스위셔를 돌려 세운 것.
박찬호가 9회에만 3점을 내주고도 양키스가 11-4로 대승을 거뒀지만 스위셔는 "내 생애 최악의 순간이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떨어지는 변화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스윙을 했는데 마르테에게 꼼짝없이 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르테가 마커스 템스도 3루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치자 3만 4000여 명의 팬들은 "앤디"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투입된 인디언스 투수들 중 유일하게 볼넷을 허용하지 않으며 삼자범퇴를 기록했기 때문.
최강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투수로서 데뷔전을 치른 마르테. 이날만큼은 인디언스 투수진들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한편 통산 600번째 홈런을 노린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3타점을 올렸지만 끝내 고대했던 대포는 터뜨리지 못했다. 599호 홈런을 기록한 이후 7경기째 침묵이다. 로드리게스는 31일부터 열리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3연전에서 대기록 수립에 도전한다.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